비트겐슈타인 읽기
저 자 김이균
발행일 2022-12-12
판 형 B6 128*188mm
ISBN 9788955867572
페이지수 204
정 가 10,000원




세창 사상가 산책의 22번째 시리즈. 타임지 선정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유일한 철학자이자,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비트겐슈타인. 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본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그의 대표 저작인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를 중심으로 전˙후기를 나누어 설명한다. 동시에 삶의 서사를 따라 비트겐슈타인이 삶에서 사고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과 발자취를 되걷는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많은 개론서들이 그렇듯 단지 ‘문제의식-문제해결’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제시하는 데 그치기보다 왜 그가 어떠한 철학적 문제들에 골몰했는지를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삶의 문제와 철학적 고민이 집약되어 있는, 기본에 충실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총체적 개론서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뿐 아니라 당대의 평가, 그의 영향력, 그를 해석하는 학자들의 분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인문 교양서로서, 비전공자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서술방식으로 쓰여 그의 삶 자체부터 그의 삶의 주변부까지 두루 다루지만 동시에 전문가 또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이해를 정리할 수 있도록 촘촘하고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 더욱이 저자가 책 속에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저작들을 직접 번역하여 저자의 문체와 번역어 간의 가독성상의 괴리를 줄이는 등 친절한 안내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읽기 전에 004
1장 전기 비트겐슈타인 013
1.『논리-철학 논고』를 읽기 전에 015
1) 간추린 생애 015
2) 『논리-철학 논고』의 특징 019
3) 전기 철학관 024
2. 명제의 뜻과 ‘그림’ 아이디어 030
1) 지시의미론의 한계와 러셀이 남긴 과제 030
2)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아이디어 035
3. 언어와 세계의 관계 040
1) 세계의 구조에 관하여 040
2) 언어의 구조에 관하여 048
4. 과제의 해결 058
1) ‘그림’ 아이디어와 과제 해결 058
2) ‘진리함수’ 아이디어와 과제의 해결 066
5. 의미와 무의미 071
1)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보여질 수 있는 것’ 071
2) 『논리 - 철학 논고』는 무의미한 헛소리인가? 081
2장 후기 비트겐슈타인 091
1. 『철학적 탐구』를 읽기 전에 093
1) 간추린 생애 093
2) 『철학적 탐구』의 특징 098
3) 후기 철학관 102
2. 의미와 언어놀이 113
1) ‘지시적 정의’의 역설과 문법적 자리 113
2) 일반성을 향한 갈망과 ‘언어놀이’ 아이디어 118
3) 언어놀이와 삶의 형태 124
3. ‘규칙 따르기’와 ‘사적 언어’ 논의 129
1) 규칙 따르기 역설과 크립키의 해석 129
2) 사적 언어에 관한 논의 140
4. 심리적 용어들의 문법적 탐구 152
1) ‘고통’의 진정한 문법 152
2) 심리적 용어들의 귀속 기준 157
3) 의미-경험과 튜링테스트 165
5. 확실성과 앎 178
1) 확실성과 앎의 범주적 구분 178
2) 확실성과 무근거성에 대한 두려움 188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나서 195
김이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Pontificia Università Gregoriana)에서 철학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트겐슈타인 관련 연구로는 「비트겐슈타인과 의식의 귀속」, 「무근거성에 대한 두려움과 《확실성에 관하여》에 대한 인식론적 해석들」, 「《논리-철학 논고》에 나타난 비트겐슈타인의 윤리학과 미학」, 「종교적 믿음과 확실성」, 「《논리-철학 논고》에 나타난 비트겐슈타인의 종교철학」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내가 아는 천재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완전히 전통적 천재관에 부합되는, 열정적이고 심오하며 강렬하고 지배적인 천재의 예”(버틀란트 러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이자 현대 분석철학 두 사조의 창시자
인류의 지성계를 치유하고자 했던 사유의 여정과 삶과 사유의 투쟁을 그리다.

“나는 본질적인 점에서 문제들을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철학의 문제들을 끝냈다며 떠난 비트겐슈타인, 다시 돌아와 철학계의 거장으로 삶을 마감하다.
비트겐슈타인의 삶은 조금 특이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공학도가 되었던 그는 수학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버트런드 러셀을 만나 철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러셀로부터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철학에 입문하게 된다. 러셀과 프레게의 철학적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그는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가 언어의 논리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무의미한 문장들로 구성된 사이비 철학적 문제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보고 그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함으로써 철학계를 떠난다. 심지어 자신만 떠난 것이 아니라 케임브리지 교수였던 제자에게도 철학의 문제에 골몰하지 말고 교수직을 그만두고 떠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겐슈타인은 몇 년 후 지나지 않아 다시 철학계에 복귀할 뿐 아니라 그의 삶의 말년, 암에 걸려 죽기 며칠 전까지도 철학의 문제에 다시 골몰하게 된다. 무엇이 비트겐슈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끝냈다고 여기는 문제들로 다시 돌아와 골몰하게 했을까?
이 문제는 단순히 비트겐슈타인이 ‘무엇’을 그토록 치열하게 사고했는지의 문제뿐 아니라 ‘왜’ 그토록 골몰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에 대한 다각적 해설이 가진 특징이다. 다시 말해, 비트겐슈타인의 삶이 그의 철학의 문제들을 규명하고 또 반대로 철학이 그의 삶을 규명한다. 흔히들 사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철학’이 어떻게 그의 삶을 이끌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예다. 비트겐슈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특한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대한 상당히 깊이 있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삶 전체를 가로지르는 연속성과 전후기에 따른 불연속성 읽기
당대와 현대의 평가들 등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요모조모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와 후기는 사상의 단절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성질의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전기 철학의 목적이 말할 수 있는 문장의 한계를 긋는 것, 즉 의미 있는 문장과 무의미한 문장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면 후기 철학에서는 일상언어에서의 언어의 잘못된 사용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뭇 달라 보이는 이 철학적 문제들은 비트겐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해결하고자 했던 하나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탄생한다. 그것은 무분별한 언어 사용으로부터 발생하는 형이상학적 사이비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일반 독자들로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전후기가 왜 단절이라는 용어로까지 표현되는지 각 저작들을 통해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겐슈타인이 처음부터 죽는 순간까지 간직했던 그만의 특유한 연속성을 읽어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문제다. 즉, 일반 독자로서는 그의 각 저작들에 대해 깊이 탐독한다고 한들 그의 사상이 왜 단절이라고 하는지 혹은 그 불연속성 속에서도 유지되는 학문적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빈틈이야말로 개론서가 감당해 주어야 하는 역할일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개론서만의 필요성을 매우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언어의 한계를 다루는 것이 인식의 한계를 다루는 칸트의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문제를 통해 언어의 ‘한계’를 긋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트겐슈타인 이후 최고의 분석철학자이자 분석철학계의 거장이라 일컫는 솔 크립키는 왜 비트겐슈타인을 상대주의자라고 평가했는지, 그런 그의 의견의 맹점은 무엇인지 등을 폭넓게 소개하고 다룬다. 이러한 소개는 상술했듯 각 저작들을 이해한다고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철학자의 저작과 저작 사이의 간극이다. 󰡔논리-철학 논고󰡕와 󰡔철학적 탐구󰡕 사이의 간극, 혹은 󰡔철학적 탐구󰡕와 󰡔확실성에 관하여󰡕 사이의 간극. 그 간극들이 다양한 학자의 비판과 견해에 대한 소개를 통해 메워 가며 간극 사이의 미묘한 빈틈들을 놀랍게 캐치한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많은 개론서들이 빠뜨리는 이 부분을 길지 않는 분량 속에서 부족함 없이 충분히 소개하고 보충한다.

비트겐슈타인 저작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체를 살피되 깊이 있게 살피는 방법
직접 번역과 번역에 대한 구체적 설명으로 독자와의 거리 줄이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친근한 목소리로 이해한다.
사실 적은 볼륨 속에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모두 살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자는 전기의 󰡔논리-철학 논고󰡕, 그리고 후기의 󰡔철학적 탐구󰡕, 󰡔확실성에 관하여󰡕라는 세 가지의 저작을 뽑아 이 저작들의 이론을 설명하기에 집중한다. 물론 상술했듯 그의 삶과 더불어 말이다. 그렇기에 적은 볼륨에 깊은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하는(?) 바와 달리 그 설명이 명료하고도 깊이 있다. 그것이 짧은 책 안에서 그의 삶 전체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설명이 빠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물론 책의 전개 속에 일부 언급되는 다른 저작들도 존재한다.
󰡔논리-철학 논고󰡕는 7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 7개의 문장을 설명하는 다양한 문장들로 보충 설명해 가는 과정이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번호를 붙인다면 1부터 시작해 순서대로 2,3,4… 의 숫자 체계를 붙여 나갈 텐데, 비트겐슈타인의 번호 체계는 상당히 독특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한편으론 󰡔철학적 탐구󰡕는 일반적인 문체로 서술된 듯이 보이는데 왜 그토록 이해하가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그 모든 이유는 책 속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이유뿐 아니라 해당 영역을 어떻게 독해해야 할 것인지, 그 실제적인 방법들 또한 서술한다. 이런 측면은 비트겐슈타인을 ‘둘러 보는’ 것뿐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저작 하나를 골라 실제적으로 독해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을 준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설명은 꽤나 친절하다. 이에 더하여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인용 저작들은 저자가 비트겐슈타인의 독일어 저작을 직접 번역한 자료다. 해설서에 자신의 번역을 직접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해설의 문체와 번역체의 괴리를 상당 부분 줄여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까지 더해져 무엇보다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비트겐슈타인 자신의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비트겐슈타인으로 가는 길의 가장 친절한 안내자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p. 4 1999년 타임지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한 바 있다. 이들 중 철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가 바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이다. 사상의 독창성과 깊이, 그리고 끼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는 가장 위대한 현대 사상가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물론 결은 다르지만, 그의 전·후기 사상은 논리실증주의의 빈학파와 일상언어철학의 옥스퍼드학파를 정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탁월한 철학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사유의 출발점을 인류에 선사했지만 위대한 사유의 흐름을 하나도 아닌 두 가지나 철학사에 제공한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p. 7 하지만 대략 1945년경 『탐구』 1부가 완성된 다음에도 철학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열정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고, 심지어 암 투병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의 사상도 더욱 완숙한 경지에이르게 된다. 물론 이 시기에 쓰인『탐구』 2부나 『확실성에 관하여(On Certainty)』와 같은 텍스트가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제3의 비트겐슈타인’이라고 불릴 만큼 이전 작품과 완전히 단절된 독창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죽기 이틀 전까지 온 힘을 다해 집필한 내용이 포함된 이 시기의 작품은 그의 철학의 완성기라고 불리기에 충분할 만큼 이전 작품들에서 다뤄진 내용을 진일보시킨 의미 있는 저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p. 17 러셀이 자신을 찾아온 22살의 젊은 공학도의 철학적 능력을 즉시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과 천재성을 확인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 51 저자의 이름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용과 스타일도 극도로 난해하고 예외적인 책을 어느 출판사에서도 출판하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논고』를 출판해 줄 잠재적인 출판사와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책이 어려워서 사람들이 읽어도 얻는 게 별로 없고, 그래서 읽으려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출판으로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가 2년이 넘도록 『논고』를 출판할 출판사를 찾지 못했던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승이었던 러셀이 영향력을 발휘해 준 덕분에 1921년 독일어 원본이 출판되었고 그가 쓴 해제를 함께 싣는 조건으로 1922년에 드디어 독영 대역본이 출판된다

p. 36 이를 위해 그는 언어와 세계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를 하나의 ‘그림 관계(picturing relation)’로 보는 이른바 ‘그림이론’이라고 알려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논고』의 핵심을 이루는 이 아이디어는 프레게나 러셀에게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주장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던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에 관한 소송 기사를 읽으면서였다고 한다.

p.121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비트겐슈타인은 명제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과 이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강조하면서 ‘가리키는’(지칭하는) 언어의 차원과 ‘그리는’(묘사하는) 언어의 차원을 날카롭게 구별한다. 명제는 대상들(사물들)이 어떻게(how)있는지 그 상황을 그리는 차원에서 뜻(Sinn)을 가진다.(논고 3.3) 만일 누군가가 어떤 공간 속의 상황을 언어로 묘사하려면 그 안에 있는 대상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들의 위치와 특성 그리고 상호 관계를 충분히 진술해야만 하는 것처럼, 명제가 뜻을 가지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낱말들의 혼합물이 아니라 묘사하는 사실의 배열 구조와 같은 방식으로 분절된 또 하나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p.93 『논고』를 완성한 비트겐슈타인은 러셀과 자신이 매달려 온 언어, 논리학 그리고 형이상학 등의 문제들을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후로 1929년까지 철학 활동을 중단한다. 대신 5년의 전쟁 동안 겪었던 극한 체험과, 같은 기간에 읽었던 실존주의와 종교에 관한 책들은 그에게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다. 전쟁 후 러셀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시 그가 만난 비트겐슈타인은 완전히 신비주의자가 되어 있었고, 수도자가 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자신에게 수도원 입회에 관해서 묻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1913년 부친의 사망으로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게 된 비트겐슈타인은 단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을 집요하게 고집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을 모두 형제자매에게 나누어 주고 여러 예술가에게 기부한다. 그가 이렇게 전 재산을 기부한 이유는 안락함과 풍요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 95 1926년에 비트겐슈타인은 그레틀의 중재로 당시 빈대학의 철학 교수이자 논리실증주의라는 철학적 관점으로 잘 알려진 빈학파의 슐리크(M. Schlick)을 만나게 된다. 『논고』가 출판되자마자 그 가치를 인정하고 찬양자가 된 슐리크은 『논고』를 성경처럼 여기며 배우고 싶어 하는 학파의 정기적인 모임에 비트겐슈타인이 참석하도록 설득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신 1927년에 비트겐슈타인은 슐리크와 바이스만(F. Waismann), 카르납(R. Carnap), 그리고 파이글(H. Feigl) 등 당시 빈학파의 주역들을 포함한 일부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그 자리는 학파사람들이 『논고』를 자신들이 주장하는 일종의 실증주의를 제안한 책으로 착각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 특별히 언어의 한계에 관한 주장뿐만 아니라 언어로 담을 수 없는 가치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확고한 믿음은 그들에게 큰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p. 99 사실 『탐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논고』의 경우와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각 절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논고』처럼 내용의 체계적 구성을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각 절의 분량도 적게는 한 줄 많게는 한 페이지 이상으로 일관성이 없다. 『탐구』는 매일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일기처럼 적어 놓고 후에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헤친 것으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시험적 대화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주제에 관해서 논의하다가 갑자기 다른 주제에 관한 논의로 이동하기도 하고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체계나 구조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탐구』를 당시 비트겐슈타인의 신념을 소개한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그가 다룬 주제들을 통해서 사고하는 방식, 달리 표현하면 어떻게 철학을 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p. 110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일상적인 사용으로부터 유리된 형이상학적 오용과 그러한 오용을 유발하는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한 잘못된 그림에 있다. 따라서 우리를 사로잡는 이러한 잘못된 그림에서 벗어나게 해 줄 치료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철학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 활동의 목표는 “파리에게 파리통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가리켜 주는 것”(탐구 309절)과도 같다.

p. 199 다시 철학하기 시작한 후에도 그는 직업 철학자로서 사는 것을 혐오했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철학 공부를 그만두라고 권하기도 했다. 심지어 유명 대학의 교수가 된 제자에게 학생들을 속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부디 교수직을 그만둘 힘을 갖기를 바란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 자신도 1939년 무어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철학 교수직을 사임하자 후임으로 임명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병원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해 활동했다. 전쟁 중에 대학교수로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1944년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오지만 그만둘 것을 벼르다가 1947년 단 8년간의 교수 생활을 청산하고 은퇴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은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철학적 문제들과 씨름해야 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가 파괴하고자 했던 것은 철학 자체가 아니라 오직 언어적 혼란이라는 허술한 토대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겐슈타인은 그것들이 서 있었던 언어의 토대를 끊임없이 청소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