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 읽기
저 자 박인철
발행일 2022-12-23
판 형 문고판(변46판)
ISBN 9788955867589
페이지수 264
정 가 11,500원




데카르트의 사상에 영감을 받은 후설. 그는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데카르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그의 한계를 지적하고, 자신의 초월론적 현상학을 주창한다. 데카르트의 『제1철학에 대한 성찰』의 형식을 본떠 5개의 성찰로 구성된 이 책은 후설이 직접 저술한 ‘후설 현상학 입문서’로, 후설의 현상학뿐만 아니라 현상학 자체의 근간이 된 명저다. 현상학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 박인철 교수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상학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여는말

1장 후설의 생애

2장 후설의 사상과『 데카르트적 성찰』

3장 『데카르트적 성찰』 출간 동기와 배경

4장 『데카르트적 성찰』의 체계와 내용
1. 제1성찰
2. 제2성찰
3. 제3성찰
4. 제4성찰
5. 제5성찰
6. 결론부

5장 제1성찰: 명증성과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
1. 명증성의 개념
2. 세계의 명증성
3. 초월론적 주관성의 명증성
4. 초월론적 판단중지와 초월론적 환원
5. 데카르트 철학의 한계
6. 초월론적 자아와 심리학적 자아

6장 제2성찰: 지향성과 지향적 분석
1. 초월론적 주관성의 명증적 성격의 구체화
2. 지향성과 지향적 관계
3. 의식의 통일성과 종합
4. 지향적 대상과 지평형성으로서 구성
5. 지향적 삶의 역사성과 지평지향성
6. 자연적 반성과 초월론적 반성
7. 지향적 분석과 보편학의 이념

7장 제3성찰: 명증성의 구조와 총체적 명증성
1. 명증성과 이성
2. 지향적 삶의 보편적 경향으로서 명증성
3. 명증화와 잠재적 명증성
4. 세계경험의 지평적, 추정적 명증성
5. 명증성들의 결합으로서 이념적, 총체적 명증성

8장 제4성찰: 초월론적 주관성의 역사적 이해와 발생적 현상학
1. 체험의 동일한 극으로서의 자아
2. 습성의 기체로서의 자아
3. 모나드로서의 자아
4. 자아에 대한 형상적 분석
5. 초월론적 자아의 체험들의 공존과 연속성
6. 발생의 보편적 형식과 발생적 현상학
7. 능동적 발생과 수동적 발생
8. 수동적 발생의 원리로서 연상의 현상학적 의미
9. 초월론적 관념론과 이것의 인식론적 정당화

9장 제5성찰: 타자구성과 초월론적 상호주관성
1. 타자경험에 대한 초월론적 해명의 필요성과 배경
2. 초월론적 유아론과 초월론적 실재론
3. 현상학적 타자경험의 근본적 방식으로서 감정이입
4. 나의 고유영역으로의 환원과 그 의미
5. 나의 고유영역에서의 신체성
6. 타자경험과 타자신체의 ‘더불어 의식됨’
7. 타자경험의 토대로서 연상작용
8. 타자의 신체성에 대한 동일성의 의식
9. ‘더불어 의식됨’과 ‘직접적 제시’의 융합
10. 타자구성에서 초월론적 자아와 심리적 자아의 연관성
11. 고유영역으로서 자연의 동일성
12. 모나드 공동체와 초월론적 상호주관성
13. 유아론의 극복

맺음말
저자 박 인 철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후설의 생활세계에 관한 학’을 주제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후설 현상학이 연구의 주된 관심사로서 문화철학, 정치철학, 교육철학, 예술철학, 기술철학 등의 여러 관점에서 후설 현상학을 융합적, 실천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와 연관해 루소, 칸트, 실러, 키르케고르, 하버마스, 셸러, 레비나스, 아렌트 등의 이론을 후설 현상학과 연관 지어 비교, 고찰하는 글을 쓰거나, 아렌트와 레비나스, 하이데거와 메를로-퐁티, 루소와 실러를 각각 현상학적인 맥락에서 상호비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저서로는 『현상학과 상호문화성』, 『에드문트 후설』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현상학의 학문성과 지평성」, 「후설의 의사소통 이론」, 「현상학적 사회이론」, 「정치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의 가능성」, 「자유의 현상학적 이념」, 「현상학에서 낯설음의 문제」, 「숭고의 현상학과 현상학적 예술론」, 「현상학과 수사학」, 「현상학과 문화」, 「공감의 현상학」, 「현상학과 신비주의」, 「후설의 정치철학」, 「실러의 자유개념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 「현상학과 감성교육」 등이 있다.
대학에서 열린 한 강연,
초월론적 현상학의 문을 열다

『데카르트적 성찰』은 후설에게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저작으로, 사실상 후설의 전 사상이 농축되어 있는, 후설 후기사상의 전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본래 소르본대학과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진행됐던 “초월론적 현상학 입문”이라는 강연에서 시작되었다. 후설은 이때 강연의 청중으로부터 비교적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느꼈고, 자신의 현상학을 프랑스에 널리 알리고자 했다. 후설은 두 차례 강연 내용을 기초로 조교인 오이겐 핑크와 원고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 원고는 레비나스, 파이페의 번역과 코이레의 감수를 거쳐 『데카르트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여기에는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을 설명과 함께, 자신의 현상학이 유아론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상세하고도 체계적인 해명이 담겨 있다. 후설은 이처럼 애정을 쏟은 『데카르트적 성찰』을 자신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출간하고자 했지만, 건강 악화와 당시 독일 나치의 지속적인 탄압으로 결국 독일어판 출간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눈을 감고 만다. 이후 간행된 〈후설 전집〉 1권에 포함되어 비로소 후설의 염원이 이루어졌다.


『데카르트적 성찰』이 담은 현상학의 세계,
주제와 구성 모든 면에서 기념비적인 작품
객관주의가 절대적인 시대, 다시 주관성을 말하다

후설이 학문을 하던 시기에 학계는 과학과 객관주의에 경도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근거가 명확지 않은 인문학, 특히 철학의 경우엔 학문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후설은 이때 실제 세계를 규명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당시 객관주의 사조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친다. 만약 세계를 ‘나’와 분리해 철저히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면, ‘나’가 생생히 경험하는 지금 이 세계는 아무 의미 없는 세계가 되어 버린다. ‘나’가 체험하는 세계란 ‘나’와 아무런 관계없이 존재하는 걸까? 결국 ‘나’에게 중요한 건 ‘나’를 감싼 친숙한 삶의 세계이고, 그 세계와 ‘나’가 맺는 긴밀한 연관성이 아닐까? 주관성을 향한 후설의 의지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후설은 데카르트처럼 아무런 전제도 없는 무대에 자신의 철학을 정초하려 했다. 후설이 선택한 방법은 초월론적 주관성을 기반으로 엄밀한 학의 체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관성’이 강조되면 자칫 유아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이었다. 판단중지, 초월론적 환원, 본질직관 등이 후설 현상학의 특징적인 방법론인데 후설이 유아론을 극복하기 위해 공들여 설명한 것이 바로 ‘본질직관’이었다. 후설은 모두 각자 주관성을 가지고 무엇을 인식하지만, 본질직관의 결과물인 ‘본질’에는 보편성과 일반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후설이 말하는 ‘상호주관성’ 개념과 연결된다.
그러나 다시 이 상호주관성의 현상학적 해명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현상학적 개념 및 이론들, 즉 지향성, 구성, 초월론적 주관성, 명증성, 신체성, 지평성, 습성, 의식의 역사성, 수동적 종합, 수동적 발생, 감정이입, 연상, 더불어 의식됨, 그리고 전체 개념을 아우르는 현상학의 체계가 필요하다. 이 책은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을 읽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인 만큼 위에 나열한 다양한 개념과 체계를 함께 정리했다. 오랫동안 후설 현상학을 연구해 온 박인철 교수의 안내에 따라, 가장 객관적인 시대에 가장 주관적인 것을 향했던, 후설 현상학의 세계를 두드려 본다.
p.26 후설의 생애는 말년에 다소의 굴곡이 있었고, 나치 정권으로 인해 위축되었으나, 전반적으로 학자로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대에 이미 일군의 학파를 형성할 만큼 후설을 따르는 학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후설의 현상학적 정신을 공유하고 전파하고자 했다.

p.33 후설의 사상적 흐름의 역사는 이처럼 비현상학적인 단계에서 현상학적 단계로, 그리고 현상학적 단계의 초월론적 현상학으로의 비약 및 발전 그리고 심화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후설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의 현상학이 하나의 종결된 것이 아닌,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야 할 것으로, 말하자면 부단한 발전의 도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p.43 후설과 데카르트는 기존의 학문적 틀과 방법론을 일단 배제하고 철학을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적 토대 위에서 시작한다는 점과, 이 새로운 출발점을 의식에서 찾으면서 궁극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보편학 체계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물론 후설은 데카르트의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한계를 지적하고 자신의 초월론적 현상학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p.47 독일어판 『데카르적 성찰』의 수정 및 보완 작업에 후설이 각별히 공을 들인 이유는 이 저작을 자신의 이제까지의 현상학적 사상을 총정리해 세상에 제대로 알릴, 일생일대의 최대 저작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p.55 후설은 이 초월론적 주관성의 존재성과 이것의 명증적인 성격은 ‘현상학적 판단중지’라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고유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상학적 판단중지란 자연적 태도에서의 세계존재에 대한 소박한 믿음의 힘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배제함으로써 객관적, (의식)초월적 세계의 존재성에 대해 이른바 “괄호를 치는 것(Einklammern)”(60)이다.

p.85 나는 타자의 모나드의 위치로 나를 옮김으로써 타자의 모나드를 구성하고 이것이 상호적인 한 나와 타자의 모나드 간의 공동체화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모나드 공동체를 가리켜 후설은 ‘초월론적 상호주관성(transzendentale Intersubjektivitä)’이라고도 부른다.

p.121 구성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의식하고 생각함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직접적으로 주어진 감각적 질료에 의식작용이 가미된 것이므로 당연히 더 많은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더 많이 생각함(Mehrmeinung)’은 나중에 현실화할 수 있는 잠재적 체험을 불러오는 것, 이른바 ‘현재화(Vergegenwätigung)’의 계기가 함축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될 필요가 있다.

p.192 초월론적 현상학은 기본적으로 초월론적 판단중지와 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개별적이고 사실적인 초월론적 주관성으로 귀환한다. 이때의 주관성은 바로 나의 주관성이고, 원칙적으로 나에게만 타당한 주관성이다. 이는 판단중지 자체가 갖는 기본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판단중지는 일체의 나(의식)를 초월한 모든 것(세계)을 유보하고 괄호 안에 넣으면서 오직 나의 내면세계로 침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p.206 나의 고유영역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신체(Leib)이다. 고유영역은 기본적으로 자연적 사물의 세계로서 이른바 지각세계이다. 모든 정신적, 문화적 의미가 배제된 상태에서 나에게 가능한 것은 일단 원초적 지각이고, 전형적으로 지각 가능한 대상은 물질적 사물이다. 따라서 여기서 가장 최초로 발견될 수 있는 것은 나의 신체이다.

p.260 이 세계가 철저하게 주관과 분리된, 그 자체로서의 이념적 세계로 이해되는 한, 이 주관에 의해 체험되고 느껴지는 생생한 세계성의 의미는 고스란히 실종되고 만다. 그러나 현상학은 바로 이 주관과 결부된, 주관에 의해 직접 체험되고 의미부여 되는 세계가 모든 이론적, 학문적 세계의 바탕에 놓인 실제적 세계(생활세계)로 보고 이 주관적 세계의 해명에 초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