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법의 만남은 영화의 예술성과 법의 존엄성의 만남이다. 이와 같은 법과 영화의 만남은 새로운 창조를 낳는다. 만남은 창조를 낳지만 고립과 단절은 퇴보와 파멸을 낳는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법은 높디높은 성(城) 속에서 너무나 고립되고 단절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하여 무엇보다도 법이 대중화되고 실질적 법치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오늘날 가장 대중성을 지닌 영화를 통하여 시민들이 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人治가 아닌 法治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영화는 법제도의 목적가치와 대중이 기대하는 가치들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 이미지를 대량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미국의 버클리대 법대에서는 [영화 속의 재판과 정의]라는 교과목까지 개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영화를 매개체로 하여 법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독자들과 더불어 토론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현행 실정법의 해석보다는 법정신과 철학, 기본원리 등에 초첨을 맞추고 법치주의의 기본내용인 법과 인권, 법과 자유, 법과 평등 그리고 법과 평화 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법과 인권, 자유, 평등을 주제로 삼아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법과 재판의 본질적 모순, 우리 나라 법치주의의 현실, 법과 인권, 법과 평등, 법과 자유, 법과 평화, 가정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과 남녀평등, 법조인의 역할과 사명 등의 주제를 분류하고, 그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였다. 작품은 가능하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가운데 법적 의미가 뚜렷한 법정영화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작품 속에서 일관성 있게 법의 근본적인 존재의의(인간의 존엄)를 새롭게 조명하고, 거기에 입각하여 한국의 법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상식과 필자의 법률에세이를 첨부하여 영화의 법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