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와 마주 앉았던 장을병 성대 총장이 나에게 물었다.
6.25 때 어디 계셨오?
국방부에 있었습니다.
그러면 나와는 천양지차였군요. 나는 국민방위군으로 나가서 죽을 고생을 했지요.
6.25 전란 중 결코 순탄한 생활을 한 것만이 아니라고 자부해 오던 나도 이런 말을 들은 뒤로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국민방위군, 사병생활, 일선 전투 소대장을 겪어보지 못한 나는, 이 실기의 이름을 억세게 재수가 좋았던 젊은이의 실기 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명색이 국어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의 하나이다. 국어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도 겨우 몇 부분을 위하여 수 십년 동안이나 매달려 왔으나, 아직까지 무엇 하나 이룩해 놓은 일도 없이 어느덧 정년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국어학 연구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와 같은 하나의 국어학도가 6.25 전란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생활을 어떻게 겪었는지, 정년 기념으로 이 실기를 공개하기로 하였다.
이 실기를 출판하면서, 인명은 되도록 가명으로 하였으나, 원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맞춤법이나 바로잡는 선에서 그쳤다. 이 글은 회고록이나 자전소설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지난 날의 실기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출판계의 형편 아래에서, 이번에도 이 실기의 간행을 맡아준 정일출판사 정진국 사장과 기타 편집부 여러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목차

1. 중.고등시절
2. 6.25의 소용돌이 속에서
3. 국방부 정훈부 전사편찬위원회 조무원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