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 (소나타로 읽는 헤세)
저 자 이신구
발행일 2021-08-19
판 형 변신A5
ISBN 9788955866889
페이지수 200
정 가 14,000원




삶 속에 흐르는 대립적 선율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새롭게 음미하는 시간!


음악은 헤세의 신비를 열 수 있는 열쇠이다. 헤세 문학은 악보 없는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형식과 내용에서 음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헤세는 글쓰기를 노래와 연주로 생각한 것이다. 그는 초기 소설 『페터 카멘친트』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중기 소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고전주의 음악의 전형인 소나타 형식에 담아 연주했고, 자신의 모든 사상이 집약된 만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는 서양 음악이 만들어 낸 최상의 것이며 가장 완벽하다고 강조한 푸가 예술에 담아 연주했다. 이 책에서는 헤세가 “성스러운 예술”로 찬양한 음악을 통하여 헤세의 서정시뿐만 아니라, 특히 전형적인 교양 소설들을 새롭게 해석했다.

“음악이 없는 우리의 삶을 과연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나에게서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바흐의 코랄이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중 아리아를 빼앗거나 금지하거나 혹은 기억에서 강제로 제거한다면 그것은 인체 한 기관의 상실이며, 감각의 반, 아니 그 전체의 상실과도 같을 것이다.” - 헤세
들어가며

제1장 헤세와 음악

1. 문학과 음악
2. 헤세 문학과 음악
1) 서정시와 음악
2) 음악에서 서정시로
3) 소설 속의 음악

제2장 헤세, 소나타로 읽기

1. 신비로운 작은 소나타, 「아이리스」
1) 길 안내자 노발리스
2) 헤세 동화 속의 음악적 요소
3) 동화 소나티네
2. 어머니의 음악, 『데미안』
1) 니체와 융
2) 귀향 소나타
3. 도(道)의 음, 『싯다르타』
1) 헤세와 동양
2) 우니오 미스티카 소나타
4. 불멸의 음악, 『황야의 이리』
1) 불멸의 인간 모차르트
2) 마술 극장 소나타
5. 로고스와 에로스 소나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 고전주의 소나타
2) 조형 예술의 한계와 음 예술

제3장 헤세 만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 푸가로 읽기

헤세 연보
참고 문헌
이신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마인츠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지냈고 한국헤세학회 회장과 한국토마스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헤세와 음악』(태학사, 1999), 『독일 문학의 흐름』(공저, 솔출판사, 1999), 『전설의 스토리텔러 토마스 만』(공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헤세, 토마스 만 그리고 음악』(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2020)이 있으며, 헤세와 토마스 만의 문학을 음악으로 들여다본 여러 논문이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
세계인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서정시와 대표 소설들을
소나타와 푸가로 읽는다

“나에게는 매 순간 핏속에 그리고 입술 위에 하나의 선율이 흐르고,
숨결과 생명의 박동 소리에는 하나의 박자와 리듬이 흐른다.”

귀 기울이면 들리는,
헤르만 헤세 예술 정신으로의 여행


『데미안』, 『황야의 이리』,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하나의 등불이 된 헤르만 헤세. 그의 문학은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면서 보다 높은 세계를 열어 주는” 예술이다.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던 그는 인간 내면의 성숙을 다룬 아름다운 작품들로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예술 정신을 전해 주고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된 『데미안』에서, 빛과 어둠의 두 세계를 왕래하는 주인공 싱클레어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함께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 준다. 밝고 평화로운 세계에서 어둡고 낯선 세계로 떨어진 싱클레어 영혼의 불협화음은 데미안을 만나 조화의 음으로 변하고, 싱클레어는 내면의 음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는 소녀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으로 모든 대립이 그 속에서 하나가 되는 조화롭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며,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통해서는 자기가 추구하는 신이 신인 동시에 악마이며,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동시에 가진 아브락사스라는 것을 깨닫는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에게 이르러 싱클레어는 마침내 “꿈의 상”을 발견하고 자기완성에 도달한다.

이 성숙 과정은 마치 한 곡의 소나타를 떠올리게 한다. 서로 다른 두 선율이 대위되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소나타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헤세 소설의 주인공들도 삶의 양극적이고 모순적인 요소, 그리고 그 조화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도(道)에서 음과 양의 둘이 생기고, 이 둘이 조화한 새로운 화합체가 만물을 생성하며, 형상계의 만물은 다시 근원인 도로 복귀한다는 『도덕경』의 말처럼, 헤세에게 인간의 삶은 양극의 대립을 하나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며 이 미학은 교양 소설이자 발전 소설인 그의 작품에서 모범적으로 드러난다.

헤세의 동화 「아이리스」는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3부의 소나타 형식으로 된 전형적인 음악 동화이다. 어머니가 가꾼 정원에서 뛰노는 주인공 안젤름의 어린 시절은 소나타의 제시부에 해당한다. 성년이 된 안젤름은 집을 떠나 대도시의 학자가 되지만 홀로 방황한다. 원조에서 이탈한 음악이 된 것이다. 연인 아이리스를 만나지만 여전히 세상의 명예를 추구하는 안젤름은 그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 순수성을 잃은 죄의 단계를 소나타의 발전부에 놓을 수 있다. 결국 아이리스가 죽고, 그는 고행자가 된다. 어린 시절의 낙원에 다시 도달한 그는 궁극적인 종교의 세계에 들어서고, 자연과 정신의 합일을 이루며 소나타의 마지막 단계인 재현부를 연주한다. 이처럼 「아이리스」는 ‘동화 소나티네’로서 헤세 중기 이후 소설들의 소나타 형식적 구조를 미리 예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음악이라는 특별한 독법으로 헤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쓰였다. 제1장에서는 서정시를 중심으로 헤세 문학과 음악의 관계를 다루었으며, 제2장에서는 소설 「아이리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소나타 형식을 통해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만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를 헤세 스스로 모든 서양 음악이 만들어 낸 최상의 것이며 가장 완벽하다고 강조한 푸가 예술로 들여다보았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헤르만 헤세 문학의 생명력 탐구


제1차 세계대전과 잇따른 가족의 불행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은 헤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의 탄생이라는 구원의 길을 찾았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인도자 데미안은 니체적 “모든 가치의 전도”를 의미하며 싱클레어가 가는 길은 융의 “개성화 과정”을 반영한다. 헤세 소설에서 삶은 긍정과 부정, 질서와 혼돈, 고통과 위안 같은 양극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속에서 주인공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조화하다가 결국 귀향한다. 그는 문학에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 우리에게 삶의 과정 속 진정한 가치를 보여 주었다. 분석심리학으로 헤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 융은 편지에서 “나에게 당신의 책은 폭풍우가 부는 밤, 등대의 빛과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독일 문학과 헤세 작품을 연구해 온 저자 이신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세심하고 친절한 해설로 초대하는 헤세 문학 여행을 마음껏 즐기기를 바란다.

“나는 이중성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으며, 선율과 대선율이 끊임없이 동시에 드러나고 다양성과 통일감, 익살과 신중이 끊임없이 대위되는 주제와 글을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삶은 오로지 양극 사이의 흐름에서, 그리고 세계의 양쪽 기둥 사이의 왕래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끊임없이 기쁜 마음으로 세계의 황홀한 다양성을 보여 주고 싶었고, 이러한 다양성에는 단일함이 기초가 되고 있다는 것을 또한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고 싶었으며, 아름다움과 추함, 밝음과 어두움, 죄와 성스러움은 단지 일순간의 대립이며 항상 서로에게 옮겨 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 헤세
헤세는 ‘시 짓는 것’을 연주와 노래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서정시에는 음악성이 깊게 흐르고 있다. 헤세의 이러한 서정시에 매혹되어 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시에 곡을 붙였다. 헤세를 우리 시대의 훌륭한 ‘가곡 시인’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헤세 소설 역시 ‘산문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음악의 정신이 깊이 흐르고 있다. (18-19쪽)

헤세가 자신의 소설에서 시도한 것은 정신적인 세계와 자연적인 세계, 남성적인 세계와 여성적인 세계가 공존하는 이중의 얼굴을 표현하는 것이다. 헤세는 이러한 이중의 얼굴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술을 음악이라 여겼다. 음악은 투쟁하는 두 요소를 화해시켜 드높은 차원에서 합일시킬 수 있는 마법의 언어이면서, 신의 정신을 전해 주는 가장 질서 정연한 정신의 언어, 즉 마술과 로고스의 결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37쪽)

양극적이고 모순적인 요소, 즉 긍정과 부정, 어린아이와 노인, 빛과 어두움, 질서와 혼돈, 고통과 위안 사이의 불협화음과 협화음은 두 주제의 대립과 조화에서 오는 수직적 화성과 수평적 선율의 특징을 지니게 된다. 서로 다른 두 선율의 대위와 그 대위된 선율의 변증법적 발전이 푸가와 소나타 형식의 특징이다. 구약과 신약으로 비유할 만큼 중요한 음악의 이 두 형식이 헤세에게는 소설 창작의 중요한 기법이 된다. (42쪽)

헤세가 니체와 융을 통해 얻은 것은 인간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삶의 원천인 원초적 고향의 발견이다. 그 영원한 고향은 죽음과 재탄생의 근원인 ‘원초의 어머니’이다. 『데미안』은 이러한 어머니의 위력에 대한 예찬의 노래이며, 인간 본질의 뿌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우러난 노래이다. 어머니는 인간 근원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상(像)의 마력은 음악의 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데미안』에서 어머니의 마력은 음악에 내재된 디오니소스적인 마성이며, 그 마성의 화신이 에바 부인이다. 데미안은 어머니로의 안내자며 메시아이다. (80쪽)

푸름은 푸름이요 강은 강인 것이다. 모든 노랑과 푸름, 강과 숲이 처음으로 싯다르타의 눈에 들어온다. 싯다르타는 본질이란 사물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에게 정신과 자연, 사고와 감각 그 자체는 모두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는 두 세계의 신비한 조화에서 울리는 내면의 신비한 음을 듣는다. 싯다르타 영혼의 소나타는 대립된 두 주제에 의해서 아름다운 화성을 이루게 되었다. (116쪽)

헤세는 정신의 결여에서 오는 자기 시대의 이러한 모든 병폐를, 정의와 절도, 그리고 품위와 인간애가 내재된 훌륭한 독일 사상가와 시인들의 정신을 회상하는 것으로, 특히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자기 자신의 독특한 마술 세계로 극복하려 했다. 헤세는 지금의 언어에는 신성함과 마력이 이미 상실되어 있으므로, 그 마술 세계의 표현은 음악, 특히 동화의 최상 형식인 오페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31-132쪽)

그는 수도원 앞 니클라우스가 조각한 마돈나상(像)을 보고 “가장 아름답고 자비로운 얼굴에 많은 고통이 깃들어 있고, 동시에 그 고통이 바로 행복과 웃음이 되었다”라는 것, 즉 모든 것은 가장 심오한 곳에서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기 영혼 속에 흐르는 분열된 두 선율의 조화 가능성을 예술에서 찾을 수 있음을 깨닫고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65-166쪽)

노스승 크네히트에게 황금빛 명랑성을 이어받은 티토는 고산지대에 있는 호숫가에서 밝아 오는 태양을 보며 마술적인 춤을 춘다. 아침 태양을 맞이하는 티토의 엄숙한 춤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태양에 대한 예배이자, 동시에 현자이면서 음악가, 신비로운 영역에서 온 마술적 유리알 유희의 명인에게 바치는 성례(聖禮)이다. 크네히트는 티토의 황홀한 춤을 본 후, 차디찬 호수 속으로 사라지면서 전설의 단계로 넘어간다. 크네히트는 노 음악명인처럼 음악으로 성화되어 어린 티토의 내면에서 지금까지 요구한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을 요구할 것이다. (187-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