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원효의 화쟁철학―문門 구분에 의한 통섭通攝(개정판)
저 자 박태원
발행일 2020-02-20
판 형 신A5
ISBN 9788984119284
페이지수 244
정 가 21,000




원효는, 접할 수 있었던 모든 불교문헌과 교학을 정밀하게 탐구하면서도 결코 능동적 성찰의 끈을 놓지 않는다. 또 자신의 실존적 갈증과 무관한 메마른 사변에 몰두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찰적 탐구의 성과를 그 시대의 현재어에 담아 정밀하게 펼친다. … 그의 성찰적 구도는 ‘지식과 지식 이후’ ‘언어와 언어 이후’를 모두 담아내는 것이었다. 또 그렇게 성취한 탁월한 보편적 수준을 정교한 지식과 언어에 담아 춤추듯 굴린다. 성찰의 깊은 주름을 품은 용맹, 격렬하게 경계와 만나면서도 빠져들거나 갇히지 않으려는 현장적 자기초월, 그리하여 경계 타고 노니는 힘 있는 자유.―그가 풍기는 짙은 체취이다. … 원효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의 언어가 열어 주는 전망에 설레게 된다. 그의 언어는 대승교학의 계보학적/통섭적 이해를 열어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 원효의 통찰은 니까야/아함이 전하는 붓다의 언어와 대화하는 일에 새로운 깊이를 더해 주고, 선禪에 대한 선종의 통찰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주입할 수 있다. 또한 앞날의 보편철학 구성에 그대로 채택할 수 있는 통찰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이런 전망의 구체적 내용을 확보해 가는 여정을 생각하면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개정판을 내며

머리말

1장 원효를 읽는 해석학적 태도

2장 원효 그 사람, 그리고 원효 읽기의 전망

3장 원효 화쟁和諍의 의의意義와 화쟁 논법의 구성 원리
1) 화쟁사상 연구사
2) 화쟁이 원효사상에서 갖는 의미
3) 화쟁 논법을 구성하는 세 가지 원리

4장 원효의 ‘문門 구분’과 붓다의 연기법緣起法
1) 불교학 방법론의 문제―주석註釋/교학敎學적 독법과 철학적 독법
2) ‘붓다의 연기법’과 ‘불교의 연기설’들―전통 연기해석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3) 연기해석학들의 초점이동
4) 붓다의 연기법과 원효의 ‘문門 구분’

5장 통섭과 화쟁의 원리―문門 구분의 사유방식

6장 ‘문門 구분의 화쟁和諍과 통섭通攝’을 ‘지금 여기’로 소환하기 위한 성찰
1) 인간―언어적 인지능력자
2) 언어와 쟁론諍論의 길
3) 견해의 두 가지 힘―‘승리의 힘’과 ‘합리의 힘’
4) 붓다의 연기 깨달음과 화쟁
5) 원효의 화쟁
6) 화쟁의 현실적 조건들
7) 화쟁과 통섭을 위한 용기

자 료
『대승기신론 별기別記』와 『대승기신론 소疏』에 나타나는 ‘문門 구분’
『이장의二障義』에서의 ‘문門 구분’
『열반종요涅槃宗要』에서의 ‘문門 구분’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에서의 ‘문門 구분’
다른 저술에서 인용된 ‘문門 구분’

색인
박 태 원
고려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불교의 언어 이해와 불립문자」와 「대승기신론 사상평가에 관한 연구」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원효, 선禪, 니까야/아함 대장경을 실존적 관심으로 탐구하여 그 성과를 글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울산대 철학과 교수.
‘문門 구분의 사유방식’을 통해 읽는 원효의 화쟁철학
대한민국학술원 인문학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


원효의 화쟁철학을 음미하려면 ‘문門’ 구분을 주목해야 한다. 원효가 구사하는 ‘문門’이라는 용어에는 ‘국면, 맥락, 계열, 측면, 방법, 방식, 종류’ 등의 의미가 문맥에 따라 선택적으로 담겨진다. 통섭이나 화쟁의 통찰을 전개할 때 구사하는 ‘문門 구분’의 ‘문門’은, ‘일련의 타당한 인과계열’ ‘조건적으로 타당한 의미맥락’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어떤 견해를 성립시키는 조건들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문門의 식별력’인데, 원효는 이 능력을 ‘배타적 말다툼’(諍論)을 치유하는 합리적 실력으로 제안하고 있다.

원효의 화쟁철학은 ‘차이 소거와 거세 혹은 통일을 위한 철학’이 아니라 ‘차이의 합리적 조정을 위한 철학’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원효철학에서 ‘차이들을 다루는 합리적 실력에 관한 통찰’을 주목한다. 그의 화쟁철학도 ‘지금 여기의 실존 차이문제 해결에 유효한 철학’으로 읽고 있다. 원효가 펼치는 ‘문門 구분에 의한 차이들의 통섭通攝철학’은 ‘차이들의 화해와 소통을 위한 통섭철학·통섭인문학의 현재적 수립’을 구체적인 철학적 근거와 내용을 가지고 전망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초판 출간 후에 2018년 대한민국학술원 인문학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인용구문의 번역을 수정·보완하고 추가하여 원효철학의 본령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연구자들은 원효나 지눌 같은 분들의 귀한 통찰을 박물관 진열장 안에 유폐시켜 온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는 그 책임에 정직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원효를 읽는 해석학적 전제와 지향을 ‘지금 여기’에 두려고 한다.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고, 또 ‘지금 여기’로 귀환하려고 한다. ‘고전 해석학의 출발지와 도착지는 현재’라는 당위에 분수껏 응해 보려고 한다. (12쪽)

원효의 화쟁논법은 세 가지 원리로 구성되고 있다. 한 축은 ‘문門 구분’이고, 다른 한 축은 ‘무無실체/무無본질/관계의 세계를 드러내는 일심一心의 지평’이며, 나머지 한 축은 ‘언어에 대한 통찰’이다. 이 세 가지 원리들은 서로 연결되어 통섭적通攝的으로 관계 맺는다. 어느 하나도 다른 두 원리들에 기대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세 축이 어울려 서로 힘을 보태면서, 상이한 견해들의 배타적 충돌을 ‘서로 통하고 서로 수용하는’ 통섭적通攝的 관계로 만들어 가는 것.―이것이 원효의 화쟁 논법이다.
그런데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문門 구분을 통한 화쟁’이다. 세간적 현실을 감안할 때는, 이 ‘문門 구분을 통한 화쟁’을 중심축으로 삼는 것이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문門 구분을 통한 화쟁’을 중심에 두고, 다른 두 축인 ‘모든 쟁론의 인식적 토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지평(一心) 열기’와 ‘언어 환각에서 풀려나 언어를 사용하기’를 양옆에 세운 후, 이 세 축이 서로 맞물려 힘을 보태면서 끝없이 상승해 가는 구도.―이것이 원효의 화쟁에 대한 필자의 독법이다. (46-47쪽)

‘진여/생멸 이문二門’에서 발전시킨 새로운 유형의 이문二門들을 설정하여 기신론 내용의 분석과 이해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이문二門 구별들을 통해 상호 통섭적 관계를 드러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원효는 기신론의 ‘진여/생멸 이문二門 구별’에서 포착한 ‘문門 구별의 연기적 사유’를 다양한 유형의 이문二門 구별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론과 주장들을 조건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이해에 접근하려 한다. 아울러 다양하게 분석한 이문二門들의 ‘통섭通攝적 관계’를 밝힘으로써 배타적으로 엇갈리는 이론과 주장들이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91쪽)

연기적 사유의 원효적 유형인 ‘문門 구별의 사유방식’은 크게 세 단계에 걸쳐 발전하고 있다. 첫 단계는 기신론의 ‘진여/생멸 이문二門 구별’에서 문門 구별의 사유방식에 눈뜬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이 ‘문門 구별의 사유방식’을 활용하여 ‘문門 구별의 다양한 방식들’을 전개하는 것이고, 세 번째 단계는 ‘문門 구별의 사유방식’을 통해 상이한 이론과 관점들이 ‘서로 열고 서로 안을 수 있는’ 통섭通攝과 화쟁和諍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효의 ‘문門 구별 사유방식’은 이 세 번째 단계를 발전의 정점으로 삼는다. (107쪽)

원효가 보여 주는 ‘문門 구분을 통한 화쟁’의 철학은 이러한 목표와 사회적 합의를 확립하고 문제를 풀어 가게 하는 견실한 철학적 이정표이다. 특히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철학적 근거를 한반도 전통지성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화쟁적 전망을 구현해 가는 강력한 내부역량이기 때문이다. (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