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퀴어가 ‘말’해 주는 것들
저 자 백승진
발행일 2021-12-01
판 형 변신A5판(140x220)
ISBN 9791166840616
페이지수 264
정 가 16,500




“나는 누군가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발견해서 해고할까 두려워”
혐오의 시대, 전선에 선 소수자들
퀴어라는 세계 마주보고 귀 기울이기

퀴어는 그동안 주연이 아닌 조연, 메인이 아닌 서브로 존재했다. 성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 속에서 소수자들은 어떤 서사를 써 왔을까? 차별과 배척의 시대를 가로질러 퀴어의 입지는 어떻게 변모해 온 걸까? 저자는 성 소수자의 영역이라 읽힐 수 있는 사회적 논의를 영미 희곡과 영화, 퀴어 이론으로 접근하여 바라본다. 그간 불거진 섹슈얼리티 논쟁을 과거와 현대를 교차하며 다각도에서 논한다.

이 책 《퀴어가 ‘말’해 주는 것들》은 생물학적인 성, 사회적인 젠더,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론을 복합적으로 전개하고 인문학적으로 해석한다. 한국 사회의 일반인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캠프’ 개념부터, 성 소수자의 역사와 퀴어 이론, 혐오의 양상을 두루 짚는다. 또한, ‘게이극’과 ‘퀴어극’, ‘에이즈극’, 다양한 퀴어 영화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그리하여 퀴어가 ‘퀴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 책은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부수고 섹슈얼리티의 범주를 확장함으로써, 퀴어적 감각이 담긴 새로운 각본을 쓰고 있다.
책을 펴내며 4

1장. 캠프 미학의 사회적 의미 13

2장. 버틀러의 푸코 반박하기 45

3장. 영화로 읽는 주디스 버틀러: 젠더, 섹스, 몸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하여 69
1. 버틀러의 의도 71
2. 규범으로서의 젠더 74
3. 섹스는 젠더 91
4. 젠더, 섹스, 몸의 새로운 가능성 98

4장. 게이에서 퀴어로 107
1. 게이와 퀴어 논쟁 109
2. 게이와 퀴어의 정치적 견해 차이 111
3. 게이극으로서 『토치 송 삼부작』에 나타난 정체성 정치학 118
4. 퀴어극으로서 『클라우드 나인』에 나타난 성 정체성 해체하기 126

5장. 동성애 혐오의 사회적 역할과 효과 141
1. 동성애 혐오의 현실 143
2. (질)병으로서의 동성애 146
3. 남성성 결여에 대한 혐오 151
4. 마조히즘적 자기혐오 157
5. 커밍아웃의 의미와 현실 160

6장. 아직도 달리고 있는 리스본 트라비아타라는 이름의 전차 175
1. 하비 밀크의 정치적 의미 177
2. 테네시 윌리엄스와 테런스 맥널리 작품 비교 180

7장. 에이즈 정치학 207
1. 은유로서의 에이즈 209
2. 몸에 나타난 저주의 흔적과 죽음 214
3. 지우고 싶지 않은 과거 219
4. 가부장제 질서를 해체하는 상징으로서의 에이즈 226
5. 정치와 연결된 미국적인 질병, 에이즈 233
6. 에이즈와 홀로코스트 247

자세히 읽기 256
한양대학교에서 공부하고, North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Indiana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경상국립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문화콘텐츠연계전공학과에서 영미 희곡과 셰익스피어, 영화, 문화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을 좋아해서 그의 사이클 드라마 작품 중 하나인 『시인의 기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했고, 또 다른 사이클 드라마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오래전 미국에서 문학 이론 수업 시간에 처음 레즈비언/게이 이론과 퀴어 이론을 접하면서 영미 희곡 작품과 영화를 통해 성 소수자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퀴어 이론을 기존 철학에 접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문화콘텐츠 대학원에서 페미니즘 이론과 한국 사회에서의 양성 문제를 강의했는데, 퀴어적 사고방식이 양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와 극작품 속 퀴어의 세상
각본으로 읽는 성 소수자의 모습

미디어 속에서 퀴어는 대개 혐오의 대상, 별난 존재로 묘사되었다. 퀴어에 대한 주류 담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적으로 굳어져 왔고, 지금도 대다수 문화권에서 레즈비언/게이 분야는 다루기 부담스러운 주제다. 물론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와 극작품에서도 성 소수자는 늘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배역을 맡았다. 그들의 삶은 현실에서도, 가상에서도, 늘 폭력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퀴어는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거나 숨겨야 했다. 때로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기도 하며 나름의 생존 전략을 만들어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왔다. 이것은 영화와 극작품 속 퀴어의 인물에게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극 중 장치로 이용된 젠더의 개념과 수행 방식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작품에서 게이와 퀴어가 상징화된 모습은 이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넌 불쌍하고 애처로운 애야. 넌 동성애자인데 그렇지 않길 원하지. 그런데 그렇게 해 보려고 해도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신에게 기도해도 안 될 거고, 평생 정신치료를 받아도 안 될 거야. … 넌 동성애자야. 항상, 마이클. 항상. 넌 죽는 날까지 동성애자야.” (160쪽)

극 중 인물이 내뱉는 대사는 당시 동성애자의 사회적 입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영화와 극작품 속에서 성 소수자는 비정상인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법의 보호에서 제외되고, 사회 규범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서사 속 퀴어는 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감내해야 한다. 그들은 기존 성역할 모델의 지배적인 가치 구도, 근거가 부족한 갖은 통념,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연기하며 스스로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권력과 함께 생성되고 번지는 성 담론

한 개인의 성 정체성은 늘 그대로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작품 속 퀴어의 위상은 조금씩 바뀌었다. 더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소극적이지 않은 인물이 나오거나, 그간 볼 수 없던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기도 하고, 변화된 인식이 색다른 결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즉, 성이 계속해서 새로운 담론을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 담론의 생산 과정은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우리 현실에서 권력과 성 담론은 함께 엮이며 전파된다. 성 담론은 권력이 행사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며, 권력은 성 담론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여 사회를 지배한다.

“권력과 지식이 서로 얽히면서 서로의 생산을 책임지게 되면, 근대 주체는 권력과 지식이 합작해 만들어 낸 진리 개념을 마지못해 따라야 한다.” (57쪽)

저자는 그러한 맥락에서 ‘권력’을 퀴어 서사에 있어 하나의 주제어로 본다. 권력과 퀴어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권력과 소수자 담론이 맞닿은 지점을 비평한다. 그리고 책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성 정체성이 특정 이데올로기가 강요하는 규범에 따라 억압되어 왔음을 밝힌다. 퀴어가 기존 질서와 이성애 규범이 요구하는 관계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퀴어’에서 확장되는 다양한 단어들을 조합하여 시야를 넓혀 나간다. 마치 버틀러에게 젠더가 “되기(becoming)”로서 그 자체가 일종의 ‘움직임’이었던 것처럼, 젠더는 고정된 개념이나 “불변의 문화적 표시”가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어떤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흩어진 퀴어의 조각을 모아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세상으로

퀴어에게 덧씌워진 모든 이미지는 정치적이다. 따라서 퀴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존의 시각을 탈피하고 성별 이분법을 해체해야 한다. 과거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논의를 전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차이의 미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의 냉담한 시선과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견뎌야 했던 소수자들의 서사를 생생하게 재연한 《퀴어가 ‘말’해 주는 것들》은 섹슈얼리티, 인종, 계급을 넘어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퀴어의 세계를 조명하고, 궁극적으로 젠더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것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퀴어를 퀴어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역사와 문화를 초월해 한 가지 질문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대 서구 사회가 ‘순리(an order of things)’를 위해 진실한 성이 필요하다는 답을 집요하게 끌어내고 있다는 푸코의 사유, “우리는 정말로 진실한 성이 필요한가?”와 같은 질문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맥락을 엮고 풀어낸 작업의 결과로서, 우리의 성 감수성을 넓히고 퀴어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캠프는 괴로움이나 고통을 비웃어 버림으로써 분노를 삭여 버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캠프는 세상을 재미있게 바라보게 만들며, 게이에게 사회에서 견디기 힘든 모순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눈물보다는 웃음을 선택하게 한다.
_1장 「캠프 미학의 사회적 의미」 중에서

“진실한 성”에는 진리라는 개념이 숨어 있는데, 권력과 지식은 담론을 통해 진리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한다.
_2장 「버틀러의 푸코 반박하기」 중에서

젠더란 강요에 의해 몸이 “양식화된 행동을 반복”한 결과로 그 행동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라 여겨지지만, 이는 “자연스러워진 몸동작에 대한 환각 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젠더를 논할 때 이것은 “진짜”이자 “원본”이고, 저것은 “가짜”이자 “파생”이라는 구도를 설정하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논리라 할 수 있다.
_3장 「영화로 읽는 주디스 버틀러: 젠더, 섹스, 몸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하여」 중에서

영화 속 아널드는 TV에서 “다시는 안 돼(Never Again)”와 “우리는 잊지 못한다(We Remember)”라는 반나치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데이비드에게 보여 주며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사건이 지금도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_4장 「게이에서 퀴어로」 중에서

왜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번 폰(Byrne Fone)에 따르면 동성애와 동성애자가 소위 자연스럽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섹스와 젠더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으며 역사와 종교적 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는 사회, 법, 정치, 윤리, 도덕적 질서를 동성애자들이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_5장 「동성애 혐오의 사회적 역할과 효과」 중에서

윌리엄스가 보여 준 동성애 혐오의 사회 분위기나 게이 등장인물들의 자기혐오성 발언과 행동은 윌리엄스와 오랜 시간의 차이를 보이는 맥널리의 작품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맥널리의 작품에서는 세바스찬의 죽음과 같은 극단의 부정적인 결말보다는 발전적이며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게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_6장 「아직도 달리고 있는 리스본 트라비아타라는 이름의 전차」 중에서

에이즈는 어떤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발병한다는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단순히 만들어진 병명이 아니고 다양한 문화 현상과 언어학적 의미를 잉태하고 있다.
_7장 「에이즈 정치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