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현상학, 현대 철학을 열다
저 자 신인섭 외
발행일 2021-12-30
판 형 변신A5판(145*215)
ISBN 9791166840678
페이지수 376
정 가 20,000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과 그의 현상학을 창조적으로 변주한 5인, 마르틴 하이데거, 막스 셸러, 에디트 슈타인, 오이겐 핑크, 얀 파토치카의 철학을 갈무리한 독일 현상학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소개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위기에 빠진 철학을 구출하여 현대 철학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오늘날 가장 파급력 있는 프랑스 현상학에 큰 영향을 미친 독일 현상학을 들여다보면서 20세기 독창적이고 치열했던 사유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론
1. 현상학의 태동
2. 현상학의 계승
3. 방황하는 신실재론
4. 현상학의 현황
5. 현상학의 응용: 후설의 심리학에서 쉬츠의 사회학으로
6. 현상학의 위기: 브누아의 맥락론
에필로그

1부 두 원천의 현상학자

1장 후설 전기: 엄밀한 학문이라는 이념의 현상학
1. 후설, 현상학적 연구의 도정에 들어서다
2. 철학의 위기와 심리학주의
3. 철학의 역할과 보편학의 이념
4. 수학, 논리학 그리고 학문 이론
5. 기술심리학과 지향성
6.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을 향한 현상학적 혁신

2장 후설 중기: 선험적 관념론으로서 현상학
1. 문제로서의 지향성
2. 현상학의 이념과 방법에 대한 재고찰
3. 자연적 태도의 판단 중지와 환원된 순수 의식
4. 선험적(초월론적) 환원과 순수 자아
5. 독아론 극복과 상호주관성의 문제
6. 선험적(초월론적) 관념론으로서의 현상학

3장 후설 후기: 발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초월론적 현상학
1. 발생적 현상학
2. 시간
3. 수동성
4. 신체
5. 상호주관성
6. 생활세계

4장 하이데거 전기: 역사적 ‘현존재’ 개현의 현상학
1. 하이데거의 생애
2.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의 근본 사상
3. 하이데거 철학이 가지는 사상적 의의

5장 하이데거 후기: 현상학과 ‘존재’의 진리
1. 알레테이아
2. 시와 존재 사유
3. 열린 존재로서의 현존재의 존재

2부 원천을 재편한 네 현상학자

1장 막스 셸러, 인격과 동물의 현상학
1. 인격의 정의
2. 우주에서 인간 정신의 특징
3. 동물의 인격을 생각함: 비판적 고찰

2장 에디트 슈타인, 감정이입의 현상학
1. 왜 에디트 슈타인인가?
2. 심리학주의와 관념론에 대한 위기의식
3. 슈타인의 실재론적 현상학: 전적으로 열려 있는 눈
4. 『논리 연구』와 괴팅겐학파
5. 슈타인과 감정이입의 문제
에필로그

3장 오이겐 핑크, 우주론적 차이의 현상학
1. 생애와 사상의 전개
2. 후설, 하이데거 그리고 핑크
3. 형이상학에서 우주론으로
4. 인간 현존재의 근본 현상들
5. 공동 실존으로서의 인간 현존재
6. 기술 시대의 교육

4장 얀 파토치카, 자유와 실천의 현상학
1. 파토치카의 생애
2. 파토치카 철학의 핵심 이념
편 자

신인섭
스위스 로잔대학교에서 논문 『메를로퐁티와 타자 질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남대학교 철학과 및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메를로-퐁티의 코르푸스 현상학과 부르디유의 아비투스 사회학」, 「미학지평에서 본, 메를로-퐁티의 내재적 초월의 현상학과 들루즈의 철저 내재주의 경험론」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공저), 『현대 프랑스 철학사』(공저) 등이 있다.

저 자

신인섭
강남대학교 철학과 및 교양학부 교수.

박승억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서 현상학과 학문 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학교 박사후 연구원과 청주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철학연구회 논문상’, ‘한국연구재단 창의연구 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관계, 철학이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주요 저서로 『가치전쟁』, 『렌즈와 컴퍼스』, 『학문의 진화』 등이 있다.

김희봉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후설 현상학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C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이미지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기억, 망각 그리고 상상력』, 『저자의 죽음인가, 저자의 부활인가?』 등이 있다.

김태희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인공지능의 몸: 현상학적 고찰」, 「지각의 비대칭성: 인지과학과 선행적재 현상학에 의거하여」, 「동물의 인격: 시간성에 기초한 후설의 동물존재론 해석」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시간에 대한 현상학적 성찰』, 『모빌리티 사유의 전개』(공저), 『모빌리티 시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 『사물과 공간』, 『모빌리티와 인문학』(공역), 『에드문트 후설의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공역), 『소외와 가속』 등이 있다.

하피터
미국 롱비치주립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현상학을 공부하기 위해 후설 아카이브가 있는 벨기에 가톨릭루벤대학교 철학과에서 하이데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THE CONCEPT OF THE SELF IN HEIDEGGER'S FUNDAMENTAL ONTOLOGY. An Investigation on the Concept of the Solipsistic Self of Dasein(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에서의 자기 개념: 현존재의 유아론적인 자기 개념에 관한 논고)”이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교의 객원연구원을 거쳐 한국현상학회 편집이사 및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에서 현상학과 체육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하이데거 사유에 있어서 죽음의 존재론적 구조」, 「하이데거의 실존론적 세계 개념 - 인식의 발생적 토대로서의 세계개념」, 「하이데거와 주체성의 문제 하이데거의 Homo humanus에 관하여」, 「칸트, 하이데거, 포스트모더니즘 - ‘바깥의 사유’에 대한 고찰」, 「“반-헤겔주의”로서의 하이데거 철학사상」, 「하이데거의 사회적 세계로서의 세계 개념」 등이 있다.

한상연
독일 보쿰대학교에서 철학, 역사학, 독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교에서 철학석사 및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논문에서는 니체와 바흐친의 철학을, 박사논문에서는 하이데거와 슐라이어마허의 철학을 함께 다루었다. 현재 가천대학교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에서 예술철학, 문화철학, 종교철학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희망철학연구소에서 여러 철학자와 함께 인문학 살리기, 민주주의교육 등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철학을 삼킨 예술』,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기쁨과 긍정의 종교』, 『공감의 존재론』, 『문학과 살/몸 존재론』, 『그림으로 보는 니체』,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등이 있으며, 희망철학연구소의 철학자들과 함께 일반 시민을 위한 여러 철학 교양도서를 공저했다.

조정옥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막스 셸러의 감정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서 예술철학 윤리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예술철학 예술치료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행복철학』 등이 있다. 주요 역서로 『동감의 본질과 형태들』 등이 있다.

이은영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에디트 슈타인의 현상학적 인격 이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에디트 슈타인과 감정이입(Ⅰ): 에디트 슈타인의 감정이입의 인간학-박사학위 논문 《감정이입의 문제(Zum Problem der Einfühlung)》를 중심으로」, 「에디트 슈타인과 감정이입(Ⅱ): 에디트 슈타인의 감정이입의 치유학」, 「에디트 슈타인의 인간학과 헤븐(HEAVEN) 프로젝트: 인간향상(Human Enhancement)을 통한 죽음의 혁명은 가능한가?」 등이 있고, 저서로는 『에디트 슈타인과 중세 스콜라철학의 수용』이 있다.

김기복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습성(習性)의 현상학: 에드문트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학교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에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후설에서의 습관성 개념」, 「후설에서의 ‘인격적 동일성’」, 「정의(Justice)에 대한 목적론적 접근 - 리쾨르(P. Ricoeur)의 롤즈(J. Rawls)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과 해석을 중심으로」, 「아렌트와 리쾨르에서의 역사 개념」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니체: 그의 삶과 철학』(공역) 등이 있다.

홍성하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독일 쾰른대학교, 벨기에 루뱅대학교, 체코 카렐대학교 객원교수 및 강의교수를 역임했고, 한국현상학회 회장, 범한철학회 부회장, 철학연구회 부회장 등 학술단체 임원을 다수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교양대학장으로 재직 중이고, 교육혁신본부장 및 혁신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이 외에 한국현상학회 이사, 대동철학회 이사,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The Central European Institute of Philosophy’(체코), ‘Eugen-Fink-Zentrum’(독일), 학술지 Orbis Phaenomenologicus(독일), 간행물 Libri nigri, Libri virides(독일) 학술 및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후설과 파토치카의 실천현상학」, 「콘라드-마티우스의 존재론적 현상학에 대한 연구 I, Ⅱ」, “Zum Weltphänomen bei E. Fink und J. Patočka”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Natur und Kosmos - Entwürfe der frühen Phänomenologie(공저), The World and the Real, Le Monde et le Réel, Die Welt und das Reale(공저) 등이 있다.

한국현상학회
한국현상학회는 1978년 한국철학회 최초의 분과학회로 창립되어 현재 15대 회장까지 선출한 유서 깊은 학술단체이다. 대략 2010년까지는 거의 매달 학회가 소집되어 열띤 토의와 논쟁을 하였고 현재는 연 5회의 콜로키움을 열고 있다. 20세기까지는 독일에서 유학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후설의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폭넓게 연구하였으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자 새로이 등장한 프랑스 유학파를 중심으로 메를로퐁티와 레비나스를 비롯한 프랑스 현상학이 한국 철학계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공헌을 하였다. 2020년을 전후해서는 앙리 말디네와 미셸 앙리 그리고 마리옹과 같은 첨단의 현상학 콘텐츠가 학회 현장에서 토의되면서 학술지 『현상학과 현대철학』에 게재되고 있다. 그동안 현상학회는 어느 학회보다도 많은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그러는 사이 후설이 희망한 청사진을 펼치기도 하고, 반대로 그를 창조적으로 극복하기도 하였는데, 향후에도 닫히지 않을 이 미래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이다.
“사태 자체로 돌아가자!”
관념의 함정에 빠진 철학을 구출한 후설의 외침
후설로부터 시작된 현상학은 어떻게 현대 철학의 새 시대를 열었는가?


현상학의 시작, 에드문트 후설
왜 현상학인가?


현상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철학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수학과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발전한 심리학은 그동안 철학의 전유물로 여겼던 인간 정신의 수수께끼를 과학적 방법으로 해명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학의 혁신은 이내 모든 학문의 기초가 심리학이라는 믿음까지 확산시켰다. 후설이 보기에 심리학주의란 불확실한 가설에 의지하는 경험과학적 방법을 차용해서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학문에 불과했다. 만약 심리학이 모든 학문의 토대라면 개연적인 타당성만을 갖는 경험과학을 보편타당한 지식의 토대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후설이 보기에 어떤 학문이 모든 개별 학문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면 그 학문은 자신의 타당성을 어떤 다른 학문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입증해야 하며, 가장 객관적이고 확실한 출발점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철학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상학이야말로 그런 철학을 위한 혁신의 상징이었으며 ‘사태 자체로’는 그 캐치프레이즈였다. 기존 철학의 한계를 후설은 ‘지향성 개념’을 통해 돌파하고자 했다.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의식이란 항상 무엇에 대한 의식’이라는 프란츠 브렌타노의 테제를 발전시킨 후설의 현상학은 양자역학의 막스 플랑크, 정신분석의 지크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순수지속의 앙리 베르그송과 더불어 후설을 20세기를 견인할 대학자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날카롭고도 집요한 철학자 후설은 일평생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초기의 기술적 현상학에 결여된 ‘절대 명증’이라는 보편성을 탐색한 중기의 선험적 현상학을 거쳐 서구 학문의 위기 극복이 목표가 되는 생활세계(Lebenswelt) 현상학에 다다르게 된다.
후설의 현상학이 중요한 이유는, 의식 일반의 본질과 그 작동 방식에 대해 치밀한 분석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 학문과 정치 상황의 위기를 진단해 경고하는 선명한 역사의식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상의 각종 위험을 내다보는, 유럽 역사의 이성적 휴머니티의 회복과도 관련된다.


하이데거를 비롯한 네 명의 현상학자,
후설을 계승하며, 후설식 정통주의에 갇히지 않은, 후설의 후학들

“인간의 ‘본질’은 그의 현존재에 있다.”
후설의 제자였던 마르틴 하이데거는 후설이 지향성을 통해 설명하는 ‘선험적 주관’ 대신에 시간적 존재로서 ‘현존재(Dasein)’를 새로운 주체로 이해하면서부터 후설에게서 선명히 멀어졌다. 후설 현상학에서 선험성은 인식론적 지평의 직관으로 주어지는 데 반해, 하이데거가 말하는 현존재의 세계는 전보다 실천적인 지평에서 드러난다. 선험적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 준 후설 현상학의 공로를 인정하면서 하이데거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 제시된 전복적 사유 방식이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가 주축이 된 프랑스 실존 철학을 비롯한 현대 철학에 많은 영감을 끼쳤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
막스 셸러의 철학은 한마디로 감정주의라고 할 수 있다. 후설에게서 강조되었던 이성이 진리를 발견하는 데 있어 부차적인 역할을 할 따름이고, 감정이야말로 진리를 인식하는 주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이성의 도덕 법칙은 ‘생명이 귀중하다는 느낌, 감정’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다. 셸러는 인간과 동물이 감지적 충동, 본능, 연상기억, 실천적 지성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돌연히 인간과 동물 사이에 벽을 치고, 동물이 가지지 못하는 정신을 인간만의 것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는 현대의 동물 행동 연구를 통해 검토되어야 한다. 생존 초월적인 행동들이 동물에게도 존재하며, 어느 정도 본질직관 능력과 자기절제 및 타자 배려의 능력이 있다면 동물들의 인격성도 인정되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인격 그 자체로 향해 있는 인식 행위다.”
후설의 조교이자 유일한 여성 현상학자인 에디트 슈타인은 타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감정이입 개념과 마주한다. 슈타인은 철학에 접근하는 방법이 우리의 경험으로 시작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독아론, 곧 자아 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실재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타자로의 개방’이라고 본 슈타인은, 자신과 후설 사이의 현상학적인 간극을 뚜렷이 밝히게 된 것이다. 그는 독립적인 타인을 인정하는 ‘대상성’, 같은 인간으로서 비슷한 ‘육체성’, 타인의 자아를 나와 다른 자아로 지각하는 ‘독립성’, 고유한 정신적 주체와 소통하기 위한 나와 타인의 사이의 영역을 인정하는 ‘사이성’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실재로서의 타자를 인정함으로써 실현 가능한 감정이입의 원리를 밝혔다.

“인간은 세계에 열려 있는 존재자다.”
슈타인과 마찬가지로 후설의 조교였던 오이겐 핑크는 후설 사유에 내재한 현상학의 자기 비판적 틀인 ‘현상학의 현상학’을 방법론으로 삼아, 전반기에는 선험적 주관을 메온(μὴὄν), 곧 비존재라 여기는 현상학적 이념으로 후설의 주요 개념들을 보완, 수정하고자 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후반기로 가면, 후설 현상학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하이데거 사상에 강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철학을 개척한다. 그는 존재론 전통에 서려 있는 ‘세계 망각’을 비판하면서, 단순히 사물을 사유하는 범주를 벗어나 세계 그 자체를 사유하려 했다. 그에게 존재의 문제란 요컨대 인간이 개입된 ‘우주적 운동’으로 드러난다.

“타자의 참된 자율성, 다름을 인식한다.”
얀 파토치카도 핑크처럼 후설로부터 출발했지만, 세계와 인간 실존 사이의 ‘조화로운 결속력’을 발견하고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현상학을 발전시켰다. 그렇게 파토치카는 정착, 자기 연장, 돌파라는 실존의 세 가지 운동으로 ‘비주관적 현상학’을 내놓게 된다. 이것은 그의 핵심 개념인 ‘나타남(Erscheinen)’으로의 귀환이었다. ‘나타남’이란 자아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와 인간 실존이 나타나는 근원적 현상을 고찰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나타남 너머’를 구하는 형이상학이 아니라 ‘나타남 자체’를 현상적 맥락에서 자각하고 있다.


현대 철학의 교두보,
21세기 프랑스 현상학 이전의 현상학,
지금 독일 현상학을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프랑스로 넘어가기 이전의 독일 현상학의 지형도를 6명의 철학자를 통해 그린 것이다. 특별히 후설은 전기, 중기, 후기 3시기로, 하이데거는 전기, 후기로 나누어, 네 명의 다른 철학자들과 함께 총 9편의 글로 상술했다. 이 책의 특징은 서두의 「총론」을 통해 21세기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프랑스 현상학의 얼개를 ‘계승’과 ‘현황’이라는 제목에서 자세한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구성을 보면, 프랑스 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험적 관념론인 후설 현상학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두 가지 경향의 현상학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주체와 세계 사이의 동위 협력적(coordinative)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조응의 현상학’으로서 메를로퐁티가 이끌었다. 둘째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미셸 앙리로부터 촉발된 3세대 현상학자들의 ‘실재론적 현상학’으로서 그 아우라가 현재 팽배해 있다.
20세기, 후설의 현상학은 위기에 빠진 철학을 구하면서 현대 철학의 무대를 열었다. 처음 촉발된 이후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가면서 인문・사회과학과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태 그 자체로 돌아가자’는 선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후설의 현상학은 지지를 받거나 보충되기도 하고, 때로는 반박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발전했다. 결국 일련의 모든 과정이 현대 철학 전체의 발전을 이끈 것이다.
한국현상학회가 기획한 이번 공저는 독일 현상학을 갈무리하는 것을 넘어, 하이데거의 ‘존재’, 셸러의 ‘공감’, 슈타인의 ‘감정이입과 타자’, 핑크와 파토치카의 ‘세계’를 횡단함과 동시에 프랑스 현상학의 현재를 낳은 후설 현상학의 궤적을 스케치한 것이라 하겠다.
p.58 이 책에서 거론된 후설 이후의 현상학자들은 그 누구도 후설과 무관하지 않았으나 또 아무도 후설식 정통주의에 갇히지 않았다. 어쩌면 현상학적 시니피앙(기표)들의 이같이 살아 움직이는 부유 현상이야말로 현재까지 이어져 온 ‘운동으로서 현상학’의 참된 시니피에(기의)가 아닐까 사료된다.

p.88 바깥의 나무를 지각하는 것과 나무를 보고 있는 나를 지각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바깥의 나무를 지각할 때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나무 그 자체가 아니라 나무에 대한 감각적 경험들뿐이다. 다시 말해 ‘진짜’ 나무가 의식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반면, 그렇게 나무를 경험하는 나를 다시 지각하는 것은, 그 지각의 대상이 내 의식 자체이므로 진짜 대상이 주어지는 것이며, 직관적으로 자명하다.

p.147 이렇게 형성된 통일체들은 수동성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촉발하는 힘을 발휘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유관한 특정 통일체는 자아의 관심에 부응하여 유독 두드러진다. 이처럼 부각되는 통일체는 자아로 하여금 자신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동기를 주며, 자아는 이를 기초로 비로소 다양한 능동적 조합을 수행할 수 있다.

p.176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존재와 시간』은 “시간 자체가 존재의 지평으로서 드러나는가?”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이데거에 의해 결코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와 시간』은 ‘미완성’의 책으로 남는다. […] 『존재와 시간』이 서양 철학사에서 ‘전환점’이 되는 이유는 이 책의 출판으로 인해 철학사상이 처음으로 절대적인 이성에 입각해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는 하이데거 이전의 사상과 역사 진보를 거부하는 하이데거 이후의 사상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p.180 인간이 가능성의 영역에 열려 있는 이유는 시간성에 기초해 있는 인간의 ‘실존’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 존재는 이미 기성화되고 현실화된 존재가 아니라 항상 가능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가능 존재(Sein-können)’이다. 하이데거는 미래로 향해 있는 이와 같은 인간의 실존 양식을 ‘기투(Entwurf)’라고 부른다.

pp.188-189 하이데거가 현존재 분석에서 서술하는 죽음은 단순히 유기체적 생명의 종말이나 개인의 경험적인 죽음의 현상이 아니다. 그가 고찰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 현존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죽음의 실존론적 의미이다.

p.240 사랑과 동감, 부끄러움 모두는 정신의 작용이다. 인격은 한마디로 정신이 작용하는 중심점이다. 셸러에게 인격은 주로 인간만이 소유하는 인간성, 즉 인간의 본질을 내포하는 부분으로서 대표적으로 감정과 이성의 능력을 가진다. 셸러는 과거의 합리론적 철학과는 반대로 감정과 이성을 동등한 인식 능력으로 본다.

pp.299-300 이처럼 슈타인에게 타인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를, 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이다. 예컨대 타인이 동료들 앞에서 용감하게 행동하는 것에 감정이입 한다면 나는 아직 내가 깨닫지 못했던 잠재적 용기가 내 안에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p.335 인간 현존재의 근본 현상, 즉 에로스와 죽음, 노동과 지배, 그리고 놀이 모두 핑크에게는 일차적으로 개인적인 현상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공동체는 인간 현존재의 근본 현상 다음에 오는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현존재의 근본 현상 자체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p.356 비주관적 현상학은 이론적이고 형이상학적 세계가 아니라 선이론적이고 실천적 세계인 생활세계를 주제화하면서 세계 구조가 아닌 세계의 ’나타남‘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철학이다. 여기서 세계는 자아와 독립적으로 주어져 있어서 비주관적이며 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사물은 의식 주관에 의해 구성되지 않고 스스로, 그리고 대상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