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한국 사회의 압축적 개인화와 문화변동 (세대 및 젠더 갈등의 사회적 맥락)
저 자 홍찬숙
발행일 2022-03-02
판 형 153*225
ISBN 9791166840807
페이지수 264
정 가 17,000




이 책에서 저자는 ‘사회변동’ 관점에 기초하여, 한국사회에서 관찰되는 문화변동과 정치변동을 압축적 개인화라는 한국사회 특유의 근대화 경로를 통해 설명했다. 서구의 순차적 개인화와 한국의 압축적 개인화의 가장 큰 차이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의 지배에서 해방을 꾀하는 근대적 ‘자유’의 주체가 서구에서는 시민계급 남성이었으나, 한국에서는 현재 청년여성들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여성은 서구의 페미니즘 담론을 들여와 의지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의 청년남성은 자신들의 문제를 표현하고 분석하며 규범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담론을 스스로 생산해야만 한다.

‘극우화’는 ‘근대성의 야만’, 즉 ‘이성’의 이름으로 집단적 이해를 정당화해서 타 집단을 ‘생물학(=과학)’적으로 타자화하고 또 그 과정에서 권력이나 헤게모니적 지배뿐만 아니라 폭력의 사용까지 정당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압축적 개인화에서 극우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의 퇴보와 같은 이념적 성향 및 그와 발맞추는 온라인 청년문화로 이해된다. 이것은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새로운 규범을 출현시킬 담론화의 과정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과 욕구가 어떻게 한순간 근대성의 야만으로 창발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불평등의 현실을 가감 없이 인지하고, 복잡하더라도 제반 문제에 맞는 적절한 해결법을 찾는 사회적 소통을 이루어 가기를 요청한다.
감사의 말 ‧ 4

Ⅰ부. 서문

Ⅱ부. 서구 근대의 사회변동과 사회학의 탄생·발전
1장. 공동체에서 사회로 ‧ 25
1. 사회의 발생(Vergesellschaftung) ‧ 25
2. 개인화(Individualisierung) ‧ 28
2장. ‘사회=국민국가 정치체’의 동일시 ‧ 34
1. 국가(민족) 공동체의 발명 ‧ 34
2. 개인화와 핵가족화, 계급화 ‧ 37
3장. 국민국가 정치공동체에서 위험공동체로 ‧ 42
1. 탈바꿈: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 국가공동체에서 위험공동체로 ‧ 42
2. 제2의 개인화: 탈표준가족화, 탈계급화 ‧ 46

Ⅲ부. 한국의 사회변동과 문화변동
1장. 이론적 논의 ‧ 53
1. 한국의 사회변동: 압축적 개인화 ‧ 53
1) 유교 가족주의로부터의 개인화: 가족 관련 행태 변화를 중심으로 ‧ 59
2) 공론장의 구조변동: 유교 공론장에서 시민 공론장으로 ‧ 107
2. 사회운동의 변화를 통해 본 한국의 문화변동: 2016~2017년의 ‘촛불혁명’을 중심으로 ‧ 135
1) 사회운동의 ‘개인화’에 대한 논의 ‧ 135
2) 서구 사회운동과의 비교 ‧ 136
3) 청(소)년 문화의 새로운 특성 ‧ 150
4) 디지털매체의 중요성 ‧ 154
2장. 경험적 논의: 촛불혁명, 미투운동, 페미니즘 재부상에서 드러나는 문화변동을 중심으로 ‧ 165
1. ‘촛불혁명’과 미투운동 ‧ 171
1) 세대 간 문화적 이질성: ‘촛불혁명’을 중심으로 ‧ 172
2) 문화변동의 성별·세대별 이질성: 촛불혁명, 미투운동을 중심으로 ‧ 182
2. 20~30대 청년층의 젠더정치 ‧ 201
1) 성별 문화적 이질성 ‧ 205
2) 청년남성 내부의 젠더 관련 문화적 이질성: 관련 변수들에 대한 추정 ‧ 217
3. 세대 불평등과 성불평등의 교차성 또는 간섭의 현상 ‧ 221
4. 복잡한 불평등의 단순화로서 ‘젠더갈등’ 프레임 ‧ 232

Ⅳ부. 결론

참고문헌 ‧ 244
부록 Ⅰ. 홍찬숙·한정숙·오현미·김보명(2019)의 조사방법 ‧ 259
부록 Ⅱ. 비공개 공동연구의 조사방법(질적 연구) ‧ 262
홍찬숙

독일 뮌헨시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학 사회학과에서 고(故) 울리히 벡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분야는 이론사회학, 젠더사회학이다. 현재 한국이론사회학회 부회장이고,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 강사이다. 『울리히 벡 읽기』, 『개인화』 등 다수의 저서와 『자기만의 신』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
시민 공론장의 출현에서 촛불혁명까지,
우리나라 젠더갈등의 근원부터 되돌아보는
사회학 연구의 최종보고서


저자는 벡의 개인화 이론에 기대어, 서구와는 다른 고유한 방식의 ‘압축적 개인화’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불평등 의제보다 문화변동과 정치변동―사회운동의 문화변동이라는 의미에서―에 초점을 둔다. 계급연대가 약화하고 개인화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불평등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세대별, 성별 ‘차이들’, 즉 문화변동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즉 ‘차이’의 문제는 단순한 문화적 다양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불평등과도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압축적 개인화’의 사회변동, 문화변동의 문제를 세대별, 성별 ‘차이’의 문제와 연관해서 다룬다.

Ⅰ부 서론에 이은 이 책의 Ⅱ부에서는 서구 근대의 사회변동 및 사회학의 태동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근대 사회학자 중에서 게오르크 지멜을 중심으로 논의하며 뒤르켐, 베버, 마르크스와의 비교 역시 소략하게 진행한다. Ⅲ부는 이 책의 본론에 해당한다. 우선 1장은 이론적 논의이다. 여기서는 한국의 ‘사회변동’ 관점에서 ‘압축적 개인화’의 테제를 제시한다. 더불어 먼저 사생활의 행태 변화를 중심으로, 그리고 이어서 공공성의 변화를 중심으로 ‘압축적 개인화’에 대해 이론적으로 논의한다. 공공성의 변화에 대해서는 공론장의 변화와 사회운동의 변화로 나누어 논의를 진행한다.

Ⅱ부와 Ⅲ부 1장이 모두 이론적 논의였다면, Ⅲ부 2장에서는 저자가 참여한 경험연구 결과를 통해 사회운동 속의 문화변동 양상 및 그것과 사회변동(압축적 개인화)의 관계를 설명한다. 여기서 사용한 저자의 경험연구 자료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회운동의 개인화를 명백히 드러낸 ‘촛불혁명’과 그것이 젠더정치 형태인 ‘미투운동’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관한 조사연구의 결과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투운동’ 이후 소위 ‘혜화역 시위’ 형태로 청년여성의 정치세력화가 활발해지면서 점점 첨예해진 청년세대의 젠더정치에 관한 질적 조사연구 결과이다. 새로운 시민정치가 모든 세대의 촛불혁명에서 청년층의 젠더정치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세대 및 성별로 구별되는 문화적·정치적 이질성을 가시화하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청년남성 내부의 이질성 및 그것과 젠더정치와의 관련성에 대해 소략하게 살피며 ‘젠더갈등’ 프레임에 대해 분석한다.

결론인 Ⅳ부에서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압축적 개인화의 결과, 한국의 청년남성들이 매우 고유한 역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결론 맺는다. 서구 페미니즘은 청년여성의 시대적 감수성과 매우 친화적이어서, 한국 청년여성은 서구 페미니즘 담론을 들여와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남성은 서구의 남성과 매우 이질적인 상황에 있으므로 스스로 담론을 창조해야 한다. 또한, 서구의 사회학은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고, 서구의 남성성 연구는 페미니즘의 우산 아래 수행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한다.
근대화는 공동체에서 사회로 집합적 연대형태가 변화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개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단위가 대두함을 말한다. 이는 지멜뿐 아니라 19세기의 모든 사회학자가 주목했던 사실이다. 사실상 ‘사회’라는 새로운 개념 자체에 이미 ‘집합적 관계로부터 개인의 의식적 분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28쪽)

벡은 아도르노의 ‘동일성 테제 비판’에 기초하여 ‘근대성=산업사회 제도’라는 등식을 깨고 또 다른 근대성, 즉 생태적인 ‘제2 근대성’의 전망을 제시했다. 또 ‘생활세계의 식민화’라는 하버마스의 현대 정치 진단과 정반대로, 생활세계로부터 개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새로운 공론장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새로운 공론정치를 벡은 ‘위험사회’의 개념으로 설명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회변동으로서 여성의 성역할 변화와 계급적 생활문화의 약화 또는 생활문화의 다양화를 들었다. 벡의 ‘개인화 테제’는 이런 사회변동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48-49쪽)

한국은 심각한 규범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특히 기성세대의 집단주의 규범과 청년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은 매우 비대칭적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의 규범이 조직과 제도 등의 권력 자원과 강력히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는 독일 나치나 일본 극우 민족주의와 달리 극우 성향이 민족주의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아노미로 초래되는 집단적 타자화의 경향 역시 다른 형태를 취할 것이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젠더갈등’의 프레임이 조장된다는 것이다. (58쪽)

청년여성들은 주관적 측면에서는 기성세대나 또래 남성보다 대안적 친밀성 관계에 대한 인정욕구가 크지만, 그러한 제도적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취약한 위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청년여성층에서는 페미니즘 확대라는 문화변동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것은 서구처럼 ‘성찰적 개인화(=제2 개인화, 또 다른 개인화)’로 규범적으로 안정화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회 구석구석의 가족주의 제도 및 청년남성문화와 충돌하면서,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한다. (89-90쪽)

2016~2017년의 촛불혁명은 이와 같은 압축적 개인화의 흐름 속에서, 마침내 근대적이며 동시에 현대적인 ‘시민 공론장’의 압축적 형성을 가시화한 사건이다. … 즉 시민 공론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인화가 압축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서구의 신사회운동에 비견―풀뿌리 조직의 느슨한 연결 형태―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현대적 (온·오프라인 합작) 시민 공론장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2016~2017년의 광화문 광장이고 촛불혁명이라고 할 것이다. (122쪽)

청년여성은 성불평등을 구조적인 사회문제라고 인지하는 반면, 청년남성은 개인 간의 인성문제로 인지하는 경향이 컸다. 따라서 여성은 정치적 요구로 공론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크고, 남성은 온라인의 개별적 공간에서 뿔뿔이 발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강했다. 청년남성의 경우, 스스로 정치적 공론장을 구성하거나 정치적 공론장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171쪽)

세대와 성별의 불평등이 엮여서 나타나는 청년층의 복잡한 상황이 ‘젠더갈등’이라는 일차원적 불평등의 프레임으로 단순화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즉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불평등의 현실이 단지 하나의 불평등 범주로 체계화하는 현상 역시 진행되고 있다. 사회학자 루만은 이것을 사회적 체계의 창발로, 특히 사회적 소통 속에서 일정한 의미론이 창발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