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 1
저 자 유요한 외 5명
발행일 2022-06-07
판 형 신A5판
ISBN 9791166841071
페이지수 232
정 가 16,000




전라북도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은 전라북도가 인구, 경제 규모, 영향력 등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자랑할 것이 없어서 만든 말이 아닐뿐더러, 그렇게 느끼는 전북 도민을 위로하려고 억지로 만든 것도 아니다.

종교학에서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지위가 성스럽게 인식되는 존재, 힘, 자연물 등과의 관계를 통해 확보된다고 말한다. 세계의 중심은 종종 ‘신’으로 대표되는 성스러운 존재와 인간을 연결하는 통로면서, 인간이 성스러움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의 기능을 한다. 종교적 인간에게 세계의 중심은 유한한 현실을 뚫고 나가 영원과 연결되는 공간이다.

세상이 무의미하고 유한하고 부조리하며 불완전하더라도,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가치 있고 유의미하며, 영원하고 공정하며 완전한 성스러움을 꿈꾸고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둡고 무거운 세상 속에서 그 너머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가장 성스러운 땅, 세계의 중심이 된 전라북도를 역사적, 종교학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각 장은 전라북도 세계종교평화협의회에서 주최한 2021년 세계종교학술포럼에서 발표되었던 글을 다듬고 보완한 것이다.
먼저 1장 「전라북도의 종교문화」에서는 전라북도의 종교문화가 가진 성격을 역사적으로 밝히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제시했다. 동학이 발아한 곳은 아니지만, 동학교도가 민심을 모아 천심을 확인하고자 한 곳이 바로 전북의 들판이었던 것, 미륵신앙과 증산계열의 신종교가 발산된 곳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인 땅, 전라북도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장 「경기전, 태조의 본향을 담다」에서는 전주에 위치한 ‘경기전’의 종교적 속성을 규명한다. ‘경기전’은 단순히 태조 어진을 보관하는 기관이 아니라, 조상과 후손을 연결하는 사당이었으며, 태조 이성계의 존재를 경험하게 하는 성스러운 공간이었음을 밝힌다.

3장 「원불교,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다」에서는 익산에 총부를 두고 있는 원불교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살핀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가사’에 초점을 맞춘다. ‘가사’는 고전시가 장르의 한 종류로, 원불교의 창립자 소태산 박중빈을 비롯한 원불교 종사와 교인들이 ‘종교가사’를 통해 원불교가 염원하던 새 세상이 어떠했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 준다.

4장 「해원상생과 후천개벽 운동의 산실」에서는 정읍에서 태어난 증산 강일순의 삶과 사상을 중심으로, 무능한 통치자와 전염병, 외세의 탄압으로 고통받던 우리나라를 위해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던 증산의 뜻을 살펴본다. 원한을 해소하여 상생을 도모하고, 묵은 하늘과 땅을 새로운 하늘과 땅으로 개벽하자는 운동은 증산의 대표적인 가르침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전라북도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의 중심’이 기획된 역사를 볼 수 있다.

5장 「팔림세스트로서의 공간/영화적 이미지」에서는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통해 종교학적 시선으로 특정한 공간에 쌓이는 이미지의 종교적 의미를 파헤친다. ‘팔림세스트’란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쓴 양피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지워진 과거의 시간, 흔적을 우리 앞에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물리적인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까지 군산이 간직한 100년 전 모습을 통해 군산이 어떻게 종교적 공간으로 구성되는지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들어가며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 “여그 땅이 그런 기운을 지닌 땅이여”
- 유요한

1장
전라북도의 종교문화: 민심의 한가운데에서 천심을 보다
- 최종성

2장
경기전, 태조의 본향을 담다
- 권용란

3장
원불교,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다: 전라북도와 새 회상
- 박병훈

4장
해원상생과 후천개벽 운동의 산실, 강증산과 전라북도
- 박인규

5장
팔림세스트로서의 공간/영화적 이미지: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장소와 시간
- 최화선
유 요 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즈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비교종교학의 관점에서 종교의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시대의 신화』(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종교학의 이해』(세창출판사, 2020), 『종교 상징의 이해』(세창출판사, 2021), Cosmologies of Pure Realms and the Rhetoric of Pollution(Routledge, 2021, 2인 공저), 역서로 『엘리아데의 신화와 종교』(더글라스 알렌 저, 이학사, 2008), 『세계 종교 산책』(로이 롭슨 저, 시그마프레스, 2013, 2인 공역), 『종교학의 전개』(에릭 샤프 저, 시그마프레스, 2017, 2인 공역) 등이 있으며,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 종 성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한국 종교문화 횡단기』, 『동학의 테오프락시』, 『기우제등록과 기후의례』, 『역주 요승처경추안』, 『조선조 무속 국행의례 연구』, 『산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공저), 『시천교조유적도지: 그림으로 읽는 또 다른 동학사』(공저), 『고려시대의 종교문화』(공저), 『두 조선의 여성: 신체·언어·심성』(공저), Korean Popular Beliefs(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세계종교사상사 2』(공역), 『국역 차충걸추안』(공역), 『국역 역적여환등추안』(공역) 등이 있다.

권 용 란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한신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시대 왕실 조상신에 대한 연구』가 있고, 논문으로는 「조선시대 ‘개화(改火)’ 의례 연구」, 「조선시대 “解怪祭” 연구」, 「조선왕실 문희묘(文禧廟) 의례의 형성과 특징」 등이 있다.

박 병 훈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종교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태동고전연구소를 수료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시간강사,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동학(東學)을 비롯한 한국 신종교의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공저로 『전라북도의 종교와 신화』, 『시천교조유적도지』(역서)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한국 근대 신종교가사 연구 : 시운과 도덕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한국 비결가사 연구: 비결에서 비결가사로의 전환과 전개」, 「동학 강필 연구」, 「동학의 영부관(靈符觀) 연구 ― 시천교계 교단을 중심으로」, 「상주 동학교 선천회복 사상 일고(一考)」, 「상주 동학교 체천(體天)사상 재고」, 「〈궁을가〉 연구」, 「〈채지가〉 연구」 등이 있다.

박 인 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주문의 수행적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일제강점기 증산계 종교운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종교 상황과 동학과 증산계 신종교를 중심으로 한국 신종교 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 근현대 민중중심 제천의례 조명』(공저)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 「규장각 소장 동학서(東學書) 분석: 자료의 성격에 따른 분류를 통해」, 「증산 강일순 생가터의 고증과 종교문화적 의의」, 「1920년대 차천자 등극설 연구」 등이 있다.

최 화 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로마 시대 점술론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순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년간 〈종교와 영화〉, 〈종교와 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와 의례 등의 종교현상을 영화, 미술, 건축,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종교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역서로 󰡔암시된 거미: 신화 속의 정치와 신학󰡕,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 『신화, 신화담론, 신화 만들기』(공저), 『종교, 미디어, 감각』(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봉헌물과 물질종교: 엑스-보토(ex-voto)와 사물의 행위성」,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기”: 점술의 사유와 이미지 사유」, 「신화, 유령, 잔존하는 이미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p.24 어둡고 무거운 세상 속에서 그 너머를 꿈꾸고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세계의 중심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을 통해, 전라북도가 성스러움을 향하는 사람들이 살아온 곳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견고한 세계의 중심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52 ‘동학란’이든, ‘동학혁명’이든, ‘농민전쟁’이든 어떤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동학의 영적 자원과 농민의 혁명적 역량, 그 어느 한쪽도 간과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p.61 폭력적 수단만 가지고는 혁명이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이데올로기적인 설득과 정서적인 환기를 제공하는 종교적 담론의 힘이 결부될 때 사회의 재구성이 용이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p.98 당시 돌아가신 왕들의 얼굴을 대대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초상화가 유일했던 것입니다. 또한, 『태종실록』에는 어진에 대해 ‘왕이 살아계실 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왕을 다시 생각하는 마음이 기쁘고 마치 살아계신 분을 만나 뵙는 것 같이 친근하다’고 했습니다

p.103 종묘와 문소전이 국가와 왕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당이었다면, 전주의 경기전은 왕실의 본향이자 뿌리를 상징하는 사당이었습니다.

p.117 원불교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태산은 자신의 깨달음은 스승의 지도 없이 얻은 것이지만, 그를 돌이켜 볼 때 과거 부처님의 행적과 말씀에 부합하는 바가 많기에 연원을 불교로 삼는다고 하였습니다.

pp.135-136 세상은 ‘변하는 이치’와 ‘불변하는 이치’로 이뤄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이치는 서로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떼어 놓을 수도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 각자가 지닌 ‘본래 면목’ 또한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현실의 우리가 ‘본래 면목’을 되찾아 확립할 수 있다면, 세상의 천 가지, 만 가지 변화를 주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p.169 하느님이 인간의 몸으로 직접 나타나 세계 구원의 작업, 즉 천지공사를 시행하였다는 교리는 한국 종교의 역사상 매우 독특한 신앙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 신적인 카리스마를 지니는, 이른바 초월적 ‘화신(化身)’ 개념이 완성된 것은 한국 종교의 역사상 강일순에서 처음이다”라고 평가가 있습니다.

p.195 증산은 세계와 인류의 근 원적 문제를 상극원리와 원한으로 보고 해원상생의 진리로써 천지를 개벽하고자 하였습니다. 증산의 해원상생과 후천개벽의 진리는 이 땅 전라북도에서 뿌리를 내려 일제 강점기와 그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새 시대의 이상과 희망을 심어 주었습니다.

p.213 군산은 근대 도시로 발달하지만 조선인들은 이러한 발달구조에서 소외되고 착취당했습니다. […]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떠난 이후에도 그들이 살았던 많은 집들이 군산에 남아 있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이러한 일본식 가옥들을 새롭게 맥락화해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pp.229-230 종교적 공간의 팔림세스트 역시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그리고 우리의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 줍니다. […] 영화는 팔림세스트 공간, 팔림세스트 이미지를 통해 현재 속에 들어 있는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문제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되는 과거들, 역사의 무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로 채워지는 우리의 삶과 공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