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사르트르 vs 보부아르
저 자 변광배
발행일 2023-02-10
판 형 152*223mm (A5신)
ISBN 9791166841576
페이지수 324
정 가 22,000




세창 프레너미 시리즈의 11번째 작품, 『사르트르 vs 보부아르』. 시리즈 제목인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rmy)의 합성어로, 서로 대립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발전해 온 사상적 대가를 비교대조하여 이해를 추구하고자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적보다는 계약결혼으로부터 함께 묘지에 묻히기까지 함께한,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로만 해석하는 것이 세간의 통상적 이해이다. 그러나 사상적학문적으로 누구보다 가까웠기에 존재했던, 오히려 그 관계가 가까워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차이점들 또한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이해한다면, 어쩌면 사상가에 대해 비교와 분석을 통해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하고자 기획된 프레너미 시리즈에 가장 적합한 두 인물 또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아닐까. 시대 두 사상가와 그들의 삶을 건 사상적 실험, 그들의 삶과 사상을 낱낱이 살펴본다.
들어가는 글 4
시작하며 11
1. 프레너미,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13
2. 무엇을 비교하나 18

제1장 계약결혼 23
1. 운명적 만남 25
2. 계약결혼: 조건과 의미 39
3. 계약결혼의 문학적 형상화 56

제2장 같은 듯 다른 사유 89
1. 사유의 공통분모: 무신론적 실존주의 91
2. 보부아르의 애매성 찬가 118

제3장 참여에서의 차이 171
1. 1939-1947년까지 173
2. 『파리떼』와 『군식구』 비교 180
3. 1949년 이후의 참여 257

마치며 305
1. 비교하지 못한 것 307
2. 프레너미 310
3. 남긴 것 315
참고문헌 317
변광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사르트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프랑스 연구모임 ‘시지프’를 이끌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사르트르와 폭력: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에 나타난 폭력의 얼굴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알랭의 행복론』, 『사르트르 평전』,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 『지식인의 아편』, 『세기의 두 지식인, 사르트르와 아롱』 등 다수가 있다.
“‘모험’이라 부를 만한 실험적 사랑, 그리고 공동의 이상”
서로의 가장 깊은 친구, 연인, 조력자였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의 관계를 가감 없이 파헤치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은 개인적 관계로부터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이상을 꿈꾸었다. 계약결혼이라는 형태를 통해 삶을 건 이상적 사랑의 관계를 실험한 그들은, 자신들이 형성한 그 기초적 관계를 토대로 사회적 관계 자체의 이상을 그리고자 했다. 그들의 과감성은 단지 이론적이거나 사변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았고 정서적 관계를 넘어 육체적, 사상적 교류의 관계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어떤 비밀도 없게 하자는 계약결혼의 전제에 따라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사람과 사랑, 정서, 육체의 관계를 나누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갈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관계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현대의 기준과 가치관까지도 아득히 넘어선 토대 위에 감행되었던 그들의 관계 실험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따라서 그들의 삶이 무엇을 추구했는지, 그들이 추구했던 관계의 ‘이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들은 왜 그런 가치관을 추구했는지에 대해 과감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파격적인 형태의 사랑과 관계의 양상을 살피다 보면 처절한 관계의 실험과 그에 따른 갈등과 아픔, 기쁨과 환희까지 우리 자신을 그들의 감정에 대입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형태의 다양한 관계적 양상과 우리 자신의 관계의 진정성까지, 총체적인 사고와 생각 속에 절로 동화된다.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둘의 관계의 양상만을 밝히는, 그동안 연구되어 왔던 다른 도서와는 달리 문학적으로 그들의 관계실험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또한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그 범위 또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저술한 대부분의 책을 총망라할 정도이다. 불문학자인 저자가 직접 번역하여 들려주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상에 대한 접근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각자의 삶과 사상을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Friend? Enermy?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적이 될 수 있을까?
실험적 관계의 과감함으로 머무르지 않는 해석의 과감함으로 나아가기
그들이 삶을 걸어 감행한 관계의 과감성만큼이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적으로까지 해석하는 해석의 과감성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사실 둘의 관계는 완전한 적이기보다 그들을 둘러싼 해석의 적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보부아르는 사르트르로부터 독립적인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사상이 있는가? 사르트르가 없이도 보부아르는 그 자체 실존주의자로서 독립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을 사르트르의 제자라고까지 자칭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 전공자들에 의해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되어 왔다. 저자 자신도 사르트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동등선에서 해석할 뿐 아니라 곳곳에서 사르트르 또한 보부아르가 없이는 충분치 않았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해석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차이가 완벽히 일치해 보이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틈을 지적하는 중요한 기준들로 작용한다. 즉, 이 책은 이와 같은 다양한 해석 자체를 소개하고 허용함으로써 단순한 대립구조를 넘어선 해석의 다양성으로서의 차이를 허용하고 있다. 적으로까지 설정한 관계의 재해석이 그들 관계를 총체적으로 되짚어 보는 해석학적 다양성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친구와 적을 동시에 상정하는 이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 있어 더욱 특별한 양상을 띤다.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자 ‘실험’을 전제로 한 ‘계약’의 형태로서의 관계인 즉, 가장 먼 관계이기도 했던 덕분에 서로를 더욱 잘 알았음은 너무나 선명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재적으로 가장 가까웠을 뿐 아니라 존재론적으로도 가장 가까웠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를 친구와 적으로서 동시에 상정하는 실험적 가정은 그들이 서로의 관계를 이해한 방식과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그들의 관계를 살피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들의 관계의 양상을 어떤 책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선명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스스로를 문학인이라고 정체화했던 두 사람.
각자가 마주했던 삶의 시기들과 현실의 문제들
그들이 문학을 사랑했던 만큼이나 그들의 삶 자체는 문학과 같은 삶이었다. 누구나 이상적 사랑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과 현실을 분리하여 현실의 기초 위에 살아간다. 그들의 관계 자체가 그러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이상과 현실의 문제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서로의 상이함이 있었듯 사회적 이상을 추구하는 방식과 태도 또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공통점 뿐 아니라 이상과 사회 참여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태도 또한 문학으로 승화한다.
이미 언급했듯 저자는 직접 번역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저작들을 다량 인용한다. 단순히 그들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 전반에 흐르는 그들의 사회참여의 문제, 실존주의 철학을 토대로 한 현실 해석의 문제 등이 문학 작품을 통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즉 저자는 그들의 관심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게 되었는지와 문학 작품에 흐르는 다양한 관계와 대화와 장치들을 통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역추적하여 파악한다. 그 가운데서 그들이 사회에 대해 동일하게 파악하고 생각하였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혹은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어떠한 계기로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 또한 세세하게 분석한다. 만약 누군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삶과 문학을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에 흐르는 그들의 공동의 이상과 개별적 이상과 그들의 삶의 태도까지도 총체적으로 살피기 원한다면, 이 책은 그 모두를 포괄하는 가장 안정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줄 것이다.
p. 27-28
세계사에서 1929년은 암울했던 해로 기록된다. 경제 대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서 1929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의 찬란한 미래를 예비하는 ‘운명적 사랑Amor fati’이 그해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생을 되돌아보면서 상대방과의 만남을 가장 큰 행운과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다.

p. 33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본격적으로 만나자마자 곧 떨어져 지내야 했다. 사르트르가 입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는 그녀에게 처 음으로 결혼을 암시했다. 하지만 청혼을 거절한 것은 그녀였다. 입대를 앞두고 두 사람은 장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가 어느 날 보부아르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 2년간 계약을 맺읍시다.” 반세기 이상 지속될 두 사람의 계약결혼의 막이 오른 것이다.

p. 46 이런 사실을 고려해 보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의 두 번째 조건, 즉 서로 모든 것을 다 얘기한다는 조건은 의미심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조건은 인간들 사이에 정립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소통의 확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들의 관계에서 각자 자신의 인격을 송두리째 싣는 의사소통, 나아가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고 모두 말하는 투명한 의사소통의 확립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는 그들이 계약결혼을 통해 추구했던 그들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인 사랑에 수반되고 있다.

p. 56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직함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어떤 직함보다도 ‘작가’라는 직함이 우선한다. 두 사람에게 문학은 ‘절대’였고, ‘구원’의 수단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사람이 계약결혼을 끝까지 유지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분명 문학에 대한 그들의 예외적인 열정이었다.

p. 103 그럼에도 신이 무엇인가를 바란다면, 즉 신의 의지를 상정한다면, 그것은 신의 완전하고 충만한 존재성과 모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의지는 신의 내부에 현재 없지만 미래에 실현되어야 할 무엇인가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신은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보부아르는 인간에게 호소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은 신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결핍manque’의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p.127 먼저 1939년 시작된 윤리적 전회를 계기로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를 발표한 1947년까지 보부아르는 애매성의 윤리 또는 실존주의적 윤리를 정립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와 타자(들) 사이의 긍정적, 낙관적 관계의 정립 가능성이었다. 그녀는 애매성의 진리를 고려하면서 나와 타자의 자유에 대한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호소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공동-존재’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p. 257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참여에서 1949년 출간된 『제2의 성』이 가장 큰 변곡점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1939년에 각자에게서 시작된 전회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두 사람의 참여는 그 방향과 실제 내용에서 거의 유사하다. 방금 『파리떼』와 『군식구』의 주요 인물들에 주목하면서 두 사람의 참여에서의 차이를 부각시키긴 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급진성의 차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