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학문의 역사 4]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
(주제로 읽는 새로운 러시아 문학사)
저 자 조주관
발행일 2023-02-24
판 형 153*225
ISBN 9791166841484
페이지수 976
정 가 49,000




이 책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에 소개한 작가들은 모두 각 시대의 자손들이고, 문학을 통해 그 시대의 인간상을 집약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의 문학 속에는 작품이 탄생하던 시대의 정신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하여 러시아 문학은 ‘언어의 보고’로서, ‘체험과 역사의 보고’로서, ‘철학과 사상의 보고’로서 인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강렬한 힘으로 넓고 깊은 삶의 지혜를 제공해 왔다. 이제 러시아 문학작품은 세계문학의 정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의 기준과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주제로 읽는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는 새로운 독법으로 러시아 작가들의 문학 정신을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머리말

I. 18세기 러시아 문학
1. 로모노소프의 고전주의 시학
2. 데르자빈의 시학
3. 18세기 러시아 연극 이해
4. 프랑스풍 숭배에 대한 풍자: 폰비진의 『여단장』
5. 농노제와 교육제도에 대한 풍자: 폰비진의 『미성년』
6. 감상주의 문학의 대표작: 카람진의 『가련한 리자』

II. 19세기 러시아 문학
1. 러시아 낭만주의의 심미적 혁명
2. 단편소설의 초석: 푸시킨의 『벨킨 이야기』
3. 사랑의 문법: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4. 환상과 현실: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
5. 예술창조의 비밀: 푸시킨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6. 왕관을 쓴 자여, 그 무게를 견뎌라: 푸시킨의 『보리스 고두노프』
7. 사실보다 더 진실한 역사소설: 푸시킨의 『대위의 딸』
8. 지(知)의 슬픔: 그리보예도프의 『지혜의 슬픔』
9. 우리 세대의 초상: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
10. 자연파에서 사실주의로
11. 러시아 문학이 고골의 「외투」에서 나온 이유
12. 제유적 상상력: 고골의 「코」를 중심으로
13. 영혼 부재의 도시: 고골의 「넵스키 거리」
14. 욕망의 공포: 고골의 「광인일기」
15. 예술가의 욕망: 고골의 「초상화」
16. 웃음으로 가려진 눈물의 세계: 고골의 『죽은 혼』
17. 역사인가 신화인가: 고골의 『타라스 불바』
18. 웃음과 공포의 드라마: 고골의 『검찰관』
19. 논쟁문학: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20. 오블로모프 기질이란 무엇인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
21. 어둠의 왕국: 오스트롭스키의 『뇌우』
22.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에서 쓴 수기』
23. 죄와 벌의 경계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24. 예언적 사상의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25. 아름다움과 구원의 문제: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26. 만인에 대한 만인의 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7. 역사에 대한 대서사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28. 비극의 원인을 찾아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29. 삶과 죽음의 의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30. 질투의 심리학: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
31. 어떻게 살 것인가: 톨스토이의 『어둠의 힘』
32. 참된 삶과 거짓된 삶: 톨스토이의 『부활』
33. 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
34. 전환기의 사람들: 체호프의 『벚꽃 동산』
35. 메타연극의 시학: 체호프의 『갈매기』
36. 일상성과 기만의 시학: 체호프의 『세 자매』
37. 인생은 연극: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III. 20세기 러시아 문학
1.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호모 소비에티쿠스
2. 노동운동의 성서: 고리키의 『어머니』
3. 러시아 빈민의 초상: 고리키의 『밑바닥』
4. 마지막 숫자가 없듯이 마지막 혁명도 없다: 자먀틴의 『우리』
5.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
6. 혁명과 사랑의 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7. 역사와 인간의 운명: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8. 수용소 문학의 진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9. 새로운 인간의 탄생: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
10. 카니발 문학: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11. 금지된 욕망과 윤리: 나보코프의 『롤리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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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슬라브어문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 학술위원을 지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조지아 대통령에게서 상과 명예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호피를 두른 용사』,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검찰관』 등이 있다.
가장 넓고 깊은 세계문학의 정전을 만나다!
새로운 독법으로 탐구하는 러시아 문학의 세계

연세대학교 조주관 명예교수는 반세기의 배움과 연구 성과를 담아 펴낸 이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넓고 가장 깊은 인간 세계를 보여 주는 러시아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주제로 읽는 새로운 러시아 문학사’라는 부제가 알려 주듯, 이 책은 각 장이 주제 중심의 텍스트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와 이론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객관적 평가를 담음으로써 그야말로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탐구한 것이다. 더불어 기존 문학사에서 등한시되었던 희곡 장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문학은 1909년 최남선이 『소년』지에 톨스토이를 처음 소개한 이래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것은 1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넓고 깊은 삶의 지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제 세계문학의 정전이 된 러시아 문학을 탐색하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채로운 사색과 해석의 공간이자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주제별로 바라본 새 러시아 문학사

이 책은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러시아 문학을 소개한다. 〈I부〉에서는 18세기 계몽기를 다루었다. 로모노소프, 폰비진, 데르자빈, 카람진 등이 당시 문학계를 이끌었다. 러시아 최초의 언어개혁자인 로모노소프의 고전주의 시학, ‘러시아 시의 아버지’로 칭해진 데르자빈의 시학을 살피고, 당대 최고의 풍자작가였던 폰비진의 희곡 작품 『여단장』, 『미성년』을 통해 그의 풍자가 갖는 특징을 알아보았다. 한편 감상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카람진의 『가련한 리자』를 소개하였다. 카람진 문학의 감상성과 낭만성은 이후 러시아 낭만주의, 사실주의 문학의 토대가 되었으므로 그 의의가 크다.

〈II부〉에서는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인 19세기를 다룬다. 19세기 전반기는 낭만주의 시대로, 푸시킨, 레르몬토프, 고골을 대표적 작가로 설정할 수 있다. ‘위대한 국민시인’이자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다. 그의 『벨킨 이야기』, 『예브게니 오네긴』, 『스페이드 여왕』,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보리스 고두노프』, 『대위의 딸』 등을 통해 민족문학이자 세계문학으로서의 러시아 문학을 살펴보았다. 그리보예도프의 『지혜의 슬픔』은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의 요소들을 모두 포함한 러시아 희곡 걸작 중 하나이다. 주인공 차츠키는 푸시킨이 창조한 인물 예브게니 오네긴과 더불어 후에 비평가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킨 ‘잉여인간’의 첫 인물이 되었으므로 이어 소개하였다. 귀족제도와 폭압적 전제정치로 인해 발생한 이 새로운 인물형은 이후 하나의 계보를 형성한다. 레르몬토프는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근대적 인간의 불안한 자의식을 보여 주었다. 그는 시대 전체의 비극과 개인의 비극이 무엇인가를 젊은 페초린을 통해 탐구하였다.

낭만주의에서 시작한 19세기는 자연파와 사실주의를 거쳐 세기말의 상징주의로 넘어간다. 즉 자연파는 러시아 사실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사조이기도 하다.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묘사한 이들 작가군의 중심적 인물은 고골과 벨린스키이다. 고골의 작품 「외투」, 「코」, 「넵스키 거리」, 「광인일기」, 「초상화」, 『죽은 혼』, 『타라스 불바』, 『검찰관』 등을 통해 19세기 러시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엿본다.

19세기 후반기는 사실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인간을 둘러싼 ‘현실(실재)’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들로는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살티코프-셰드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이 있다.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은 당시 시대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실주의 소설이다.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은 대표적인 논쟁문학이라 할 수 있다. 곤차로프는 귀족계급의 몰락을 사실적으로 그린 『오블로모프』에서 농노제 아래 방향을 찾지 못한 러시아 귀족이자 게으른 인간의 전형인 오블로모프를 창조하였다. 오스트롭스키의 『뇌우』는 출구 없는 ‘어둠의 왕국’으로서의 현실 세계를 보여 주는 동시에 민중의 삶을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다양성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그는 러시아 극문학에 자연주의와 사실주의를 도입한 중요한 극작가 중 한 명이다.

시대의 사상적 도약을 마련한 소설가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지하에서 쓴 수기』, 사상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죄와 벌』 외에도 『악령』,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여러 뛰어난 작품을 썼다. 동시대에 활동한 톨스토이 역시 러시아 최대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 세계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 안나의 일생을 다룬 『안나 카레니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룬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썼으며, 이 밖에도 『크로이체르 소나타』, 『어둠의 힘』, 『부활』 등 여러 새로운 작품을 썼다. 두 작가의 예술적 특성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모두 장편소설의 황금기인 19세기를 빛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한편 19세기의 작가 중 체호프를 빼놓을 수 없다. 『벚꽃 동산』,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등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체호프의 예술세계가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마지막 〈III부〉에서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살핀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19세기가 비판적 리얼리즘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대라 불린다. 정치 이데올로기와 미학 사이에서 생겨난 일종의 혼합물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주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삶의 현실을 문학과 예술로 형상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20세기에는 부닌, 고리키, 자먀틴, 파스테르나크, 숄로호프, 솔제니친, 불가코프, 나보코프 등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효시가 되는 소설로서 노동운동을 통한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알렸다. 또한 『밑바닥』은 러시아 빈민들의 초상을 그리며 제정 말기 러시아 사회의 저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한편 디스토피아 소설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자먀틴은 SF식 풍자소설 『우리』에서 전체와 개인,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문제, 자유와 행복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었다.

20세기에는 여러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나와, 부닌, 파스테르나크, 숄로호프, 솔제니친, 브로드스키, 스베틀라나 등이 영예를 안았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공산주의 혁명의 격변기를 살다 간 러시아 지식인의 비극적인 운명,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진실의 문제를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관찰하면서 러시아의 역사, 인간의 삶과 예술에 대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 주었다.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1922년에 이르기까지 돈강 유역의 카자크 민족이 겪어야 했던 격동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생생하게 그린 대서사시이다. 수용소 문학의 진수라 할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구소련 공산주의 정권의 강제수용소를 배경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절규를 기록하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시대의 증언자 역할을 충실히 실행했다고 할 수 있다.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은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인간으로 변신한 ‘개-인간’의 습성을 통해 당시 소비에트 사회 체제의 덫에 걸린 러시아인의 내면세계를 풍자하였다. 그의 다른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카니발 문학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는 10대 소녀와 40대 교수의 사랑을 다루어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롤리타 콤플렉스’나 ‘롤리타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광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_책 속에서

폰비진 희극의 등장과 더불어 18세기 러시아 희극의 전환점이 이루어졌다. 그의 희극은 형식상 고전주의 연극의 일반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내용상 러시아적인 독창성을 갖기도 한다. 그의 희극은 강한 풍자성이 특징적이다. 폰비진은 절대군주하에서 농노제로 인해 생긴 악덕과 비인도주의(anti-humanism)의 극치를 직접 비판했다. 그의 공공연한 풍자 정신을 통해 러시아 문학 최초의 사회적, 정치적 풍자 희극인 『미성년』이 탄생하게 된다. (67쪽)

러시아 문학은 푸시킨에 의하여 비로소 민족 문학으로서 주체를 확립할 수 있었고, 더불어 세계문학의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 민족의식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면서도 민족성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인간애, 민중성, 사상성, 저항성, 낭만성과 비판 정신은 낭만주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사실주의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그는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성향의 작가였다. 그의 작품에는 삶을 긍정하는 활력이 넘치고, 이성이 편견을 이기고 빛이 어둠을 이기며 인간애가 노예근성과 압제를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침윤되어 있다. (105쪽)

페초린은 스스로를 “정신적 불구자”로 정의할 만큼 분열된 인간이다. 러시아 현대문학에서 자주 보이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증상을 보는 듯하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에 나타난 현대성이 바로 레르몬토프의 작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허무와 절망에 빠진 페초린은 불쌍한 현대인 중 하나이다. 소설의 서문에서 작가가 언급했듯이 페초린은 “우리 세대의 완전히 발전된 형태의 악덕들로 형성된 초상”인 것이다. 레르몬토프는 현대인의 초상인 페초린의 영혼을 발가벗겨 러시아 심리주의 소설의 문을 연다. (263쪽)

고골의 「코」는 대표적인 환상소설로서 현실과 환상의 만남이 가장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몸 일부가 서사적 글쓰기의 대상과 동기가 된다는 것은 고골의 천재적 상상력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 사람의 코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져 나와 ‘허위와 환영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서 관리의 행세를 하다가 다시 코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는 19세기 소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혁명적이며 현대적이다. 고골은 ‘코’를 어떤 미화도 없이 소설화할 수 있었던 러시아 최초의 작가이다. (297쪽)

19세기의 사실주의자 곤차로프는 당시 귀족계급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성을 사실주의 정신에 기초하여 냉혹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는 러시아의 사회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냈다. 그의 소설 『오블로모프』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농노제 아래 방향을 찾지 못한 러시아 귀족의 전형인 것이다. 곤차로프는 오블로모프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게으른 인간의 전형을 창조했다. (440쪽)

오늘날 도스토옙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19세기 소설가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극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한 비평가는 마르틴 루터 다음으로 독일에 가장 큰 정신적 영향을 끼친 인물은 도스토옙스키라고 했다. … 자신의 이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독자들의 체험을 변형시키는 능력이 작가의 위대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면 도스토옙스키는 세계문학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작품은 늘 독자에게 예지(insight)와 무지(blindness)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486쪽)

죽음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반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죽음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내면에 있는 믿음과 사랑의 불빛을 발견한다는 톨스토이의 생각은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다시 깨우쳐 준다. 우리는 죽음의 지점에서 삶을 응시하는 이반의 시선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천착해 볼 수 있다.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죽음은 깨달음이다. 이 예술작품의 참된 목적은 인간이 자기 죽음을 의연히 준비하게 하고, 죽음을 자신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서 만나게 해 주는 데 있다. (665쪽)

비평가들은 체호프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경향성과 사상성이 없는 그의 작품을 비판했다. 이러한 무(無)경향성에 대한 비판을 체호프는 “나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고 싶다”라는 말로 무시했다. ‘사상과 원칙이 없는 작가’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체호프는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자 했다. 그의 생각에 연극 무대는 삶의 실제 모습을 최대한 보여 주어야 했기에, 그는 극도로 사실적인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체호프는 정밀함 속에서 중심의 해체를 구현한 작가였다. (718-719쪽)

『어머니』는 세계문학사에 최초로 등장한 영웅적 노동자상을 주인공 파벨을 통해 제시했다. 고리키의 노동자는 러시아 노동자들의 운명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들의 운명을 걱정하는 인간이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실천적인 작가 고리키는 러시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쟁 계급이 노동자 계급임을 확인해 주었다. 고리키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구름다리로 존재한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80-9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이나 노동운동가들의 필독서였으며 노동운동의 성서로 알려졌다. (807쪽)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를 통해 독재의 억압 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희망을 표현했다. 공산주의 소설은 항상 인간을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의해서 행동과 감정이 결정되는 정치적 동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닥터 지바고』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 아니라 개별적인 독자성을 지닌 인물로 투영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인간성과 개인적 비밀, 존엄성을 간직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왜곡되고 파괴적인 정치력의 강요에 대항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지켜 나간다. 파스테르나크는 ‘시대에 소송을 제기한’ 이단자로서 집단의 신화가 아니라 개인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843쪽)

수용소 문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대한 증언이다. 작가는 그러한 증언을 기록해 남겨 두어야 할 의무가 있다. 솔제니친은 자기 시대의 증언자 역할을 충실히 한 진정한 작가이다. 그는 국가 폭력의 시대인 스탈린 시대를 고발하고 용기 있게 저항했다. 역사적 증언을 무시하는 국민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역사의 위기는 역사의식의 상실이다. 그리고 과거는 사라지기를 거부하고 있다. 일찍이 윌리엄 포크너가 말한 것처럼 “과거는 죽지 않는다.” … 솔제니친은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증언했던 위대한 작가이다. (884쪽)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20세기 사회주의 리얼리즘 시대에 나온 어느 문학작품보다도 가장 카니발화된 소설이다. 불가코프의 소설은 사실상 20세기의 가장 축제적인 작품으로서 민중 독자들을 유쾌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축제를 즐기는 인간(homo festivus)’이라 할 수 있다. 불가코프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와 원칙을 뒤엎고 새롭고 독특한 유형의 문학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사실성과 현실비판성은 낭만주의 시대의 괴기소설을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더불어 소비에트 시대가 만들어 낸 기괴하게 뒤틀린 인간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913-9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