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변화하는 천사: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
저 자 잉그리트 리델 / 조정옥 역
발행일 2023-10-27
판 형 신국판
ISBN 9791166842375
페이지수 232
정 가 18,000




“계속 만지고 있는 천사” “자주 잊어버리는 천사”.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유머를 띠고 있다. 아이가 그린 듯 우스꽝스러운 데다 하나같이 천진스러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퇴폐미술가라는 오명,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같은, 비극 상황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 천사는 그 무엇 하나 완성된 형체가 없다. 다만 클레의 마음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사가 되고자 변화하는 상태만 있을 뿐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에 영향받은 잉그리트 리델이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을 분석한다. 작품을 이루는 선 하나하나를 찬찬히 짚으며 천사를 추적해 가는 동안 우리는 변화하는 천사들, 그 속에서 다가올 죽음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클레의 성숙한 태도와 비로소 죽음으로 완성되는 천사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제1부 내적 천사의 변화들
제1장 파울 클레의 천사 체험 -서문
제2장 몇 개의 선이 주는 행복
제3장 초기의천사
앙겔루스 노부스
넓은 길 위 천사의 보호
비탈길 위 천사의 보호
천사 셋
곱슬머리의 귀여운 천사

제2부 길잡이
제1장 초기의 천사
무릎 꿇은 천사
루시퍼의 접근
천사다운
유치원의 천사
곧 날 듯한
천사 됨을 위한 대기실에서
방울 천사
부인 천사
미완성의 천사
천사의 절벽
제2장 위기의 천사
관리의 위엄
천사의 위기 II
똑똑한 노인 천사
새에 가까운
못생긴 천사
천사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배 안의 천사
호산나
다리 대신에 날개
전투적인 천사
짐 들기 시험
제3장 위로의 천사
구약성서의 천사
임신한 천사
희망에 찬 천사
천사, 충만한
별에서 온 천사
귀한 소포
깨어 있는 천사
지상 최후의 발걸음
걸음마를 아직 떼지 못한

제3부 최후의 천사
제1장 변신에의 희망
어디로부터? 어디에? 어디로?
어둠 속 항해
싸움의 여신
고위 수호자
의심하는 천사
천사, 여전히 못생긴

미주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그림목록
잉그리트 리델(Ingrid Riedel)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심리분석가이자 신학 및 종교심리학 명예교수로 콘스탄츠에서 심리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취리히와 슈투트가르트 융연구소 교수, 분석가로 여러 저술이 있으며 그 가운데 대표작은 『노년의 내적 자유(Die innere Freiheit des Alterns)』이다.

역 자
조정옥
독일 뮌헨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 이래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예술철학, 철학입문, 해석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서양철학을 쉽게 풀어 쓴 에세이 특히 행복을 주는 사고 방법에 대한 에세이를 여러 권 출간했다. 『행복하려거든 생각을 바꿔라』(철학과현실사), 『청소년을 위한 행복철학』(사람의무늬), 『예술철학·예술치료 이야기』(성균관대출판부). 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번역한 책은 칸딘스키의 추상화 이론인 『예술과 느낌』(서광사), 『색의 수수께끼』(세종연구원), 『파울 클레의 삶과 예술』(책세상) 등이 있다.
다가오는 죽음은, 내면의 천사가 완성되는 축제

“클레가 그린 천사 형태들은 이전에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
가시적으로 만들어진 적도 없었다.”

클레 안에서 생겨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천사!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유머를 띠고 있다. 아이가 그려 놓은 듯 우스꽝스러운 데다 하나같이 천진스러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퇴폐미술가라는 오명,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같은, 비극 상황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 이 책에서 천사는 그 무엇 하나 완성된 형체가 없다. 다만 클레의 안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사가 되고자 변화하는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계속 만지고 있는 천사" "자주 잊어버리는 천사".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은 명칭에서부터 천사에 대한 일반 관념에서 비껴나 있다. 클레 작품에서 등장하는 천사 그림은 외양으로 보아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이기보다는 차라리 인간과 천사 그 사이의 존재쯤으로 보인다. 천사라고는 하지만 하늘을 날기는커녕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며, 날개는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게 아름답다거나 숭고하다는 느낌은 여기에서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에서 천사 그림들은 천사의 다양한 생성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완성된 천사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불완전한 실패작들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 준다. … 클레의 그림에서 천사는 미의 극치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 “여기서 천사가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다. … 죽음은 천사와의 만남, 천사의 완성의 순간이므로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라고 옮긴이 조정옥 교수는 말한다.


“천사는 어떻게 날 수 있는가?”
“자신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클레 안의 천사, 죽음으로 완성되다

천사 그림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파울 클레의 지난한 만년에였다. 그의 생애 마지막 몇 해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지 얼마 안 되어 집이 수색되고, 편지들이 잠정 압수 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작품은 퇴폐미술로 낙인찍혀 변종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었다. 이 일로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직까지 박탈당하게 되자 그는 고향 베른으로 기약 없이 떠나게 된다. 거기다 피부를 굳게 해 전신을 마비시키는 피부경화증이 발병하게 되면서 클레의 손은 점차 움직임이 제한되어 갔다. 이 즈음해서 천사 그림 시리즈가 탄생한다. 클레가 천사를 주제로 그린 작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가 죽음을 앞둔 2년 동안에 창작되었다. 이전까지의 작품 세계에서 천사 그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시기에 많은 그림이 그려졌던 것은, 아마도 죽음이 가까워 오고 고통이 극심해져 갈수록 천사가 클레 안에서 생성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선명해져 갔기 때문일 것이다. 조정옥 교수에 의하면 클레는 “보통의 통념과는 달리 죽음을 우리 내면의 천사의 완성으로 여겨 하나의 축제”로 보고 있다. 철학자 주세페 디 자코모는 “클레 작품이 들어갈 적절한 자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완성된 형태와 완성되지 않은 형태의 경계”라고 말한다. 클레에게서 천사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생성 중에 있고 천사가 되려고 애쓰는 중에” 있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 바탕을 둔 잉그리트 리델의 섬세한 분석

“이 책은 천사 그림 모음집이자 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에 영향을 받았고 현재 미술치료사이기도 한 잉그리트 리델은 이 책에서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을 분석해 나간다. 집단무의식, 아니마, 자아와 자기 개념, 시선의 방향과 무의식의 관계 등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반한 리델의 정교하고도 치밀한 분석은, 작품의 구도와 아울러 천사를 이루는 선 하나하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가 천사를 추적해 가는 동안에 우리는 변화하는 천사들, 그 속에서 다가올 죽음을 차분히 받아들이는 클레의 담담한 태도와 비로소 죽음으로 완성되는 천사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 오퍼스(OPUS) 총서
‘Opus’는 보통 약자(Op.)를 사용하여 음악작품들을 손쉽게 나열하여 표현하는 말로, “작가나 화가 등의 중요한 작품”이라는 뜻을 함께 지닙니다. Opus가 간단한 표기만으로 수많은 음악을 담듯, 오퍼스 총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의 지식인들과 그 작품들을 담아 우리의 곁에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간 예정
• 상상적 마르크스주의_레몽 아롱 지음, 변광배 옮김
•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변동_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한승완 옮김
• 언어의 감옥_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p. 15-16
모든 이의 요구가 그렇듯이 그의 자기가 모든 과거를 넘어서고, 그의 소심한 의식적 자아를 넘어서서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서부터 클레는 그런 자아의 초월을 위한 상징을 얻으려고 시도했고 그것을 천사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p. 25
천사와 인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미완성의 천사가 있을 수 있으며, 자주 잊어버리는 천사 그리고 걸음마를 못 배운 천사, 심지어는 불쌍한 천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p. 46
내가 주로 추종하는 그림 공간의 상징성에 의하면 앙겔루스 노부스는 그림 공간에서 창작자 또는 감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길은 그것을 넘어서서 무한으로 나아가고 있다. 심리학적인 공간 상징성에 따르자면 좌측 등 뒤에 역시 무한과 천국을 의미하는 그림 공간이 서 있다.

p. 53
우리가 가는 길이 특별히 비탈질 때 우리 안의, 그리고 우리 주위의 천사가 되도록 위쪽으로 연결되게 하고자 날개를 마치 안테나처럼 위로 뻗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유대를 신뢰하고 유대를 형성하는 것은 천사의 보호 속의 이 비탈길 그림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하나의 (선택)가능성일 것이다.

p. 70
별이 이 형체 위로 톡톡 떨어지는 것 같지 않은가? 또는 불타면서 무너지는 초의 촛농처럼 흘러내리지 않는가?

p. 95
머리가 수평으로 위치한 것은 클레에게 언제나 우울의 상징이며 이 그림에서 이러한 우울한 자세는 다른 모든 부분에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p. 136
천사는 어떤 유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균형 속에 있으며 좌우, 내외 그리고 전후 운동 방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p. 153
여기 그림 왼쪽의 날개에서 튀어나온 한 얼굴이, 두 날개 사이의 신체로부터 생성되는 한 형
태, 즉 커다란 몸 위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 형태는 우선 거대하고 뚱뚱해 보인다. 이 사실이 창조적인 임신한 천사의 다정함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 형태에 키스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예술가 파울 클레 안의 창조적인 천사이다.

p. 180
우리가 만일 우리 생의 한계, 그러니까 우리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서 아마도 구체적인 죽음의 불안 또는 심지어 죽음의 예감에 부딪힌다면 우리 자신은 어디서 보호를 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