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도서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생활사총서 6) 조선 최후의 공인, 지규식의 일기
저 자 김미성
발행일 2023-11-20
판 형 140*200
ISBN 9791166842658
페이지수 196
정 가 15,000




※ 전통생활사총서
한국 전통시대의 다양한 역사적 현장과 인물 속에 숨어 있는 사례들을 하나하나 발굴하여 재구성해 소개한다. 당시 사람들의 일상 속을 세밀하게 파악해서 그간 덜 알려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를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한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자료가 아닌 민간에서 생산한 기록물을 통해 재현하는 만큼 각 지역의 살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매년 해당 분야 전문가를 집필자로 선정하였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원고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 총서를 통해 생활사, 미시사, 신문화사의 붐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양반도 농민도 아니었던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교 이념에서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4개의 직분, 즉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그 말단에 속했던 상인(商人), 그리고 그와 연결되어 있었던 장인(匠人)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지규식의 삶은 때로는 분주하고 치열하였으나 때로는 여유롭고 풍류가 있었고, 때로는 억울하고 부당했으나 때로는 돈과 권력에 기대었으며, 때로는 가족에게 깊이 마음을 썼으나 때로는 외도에 더 힘을 쏟았고, 때로는 기득권을 지키려 했으나 때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규식의 굴곡진 삶은 어떤 깔끔한 말로 정리될 수는 없으나 오히려 그 자체로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책머리에

1. 『하재일기』, 그리고 분원의 도자기 공인 지규식
『하재일기』, 조선 공인의 삶을 비추다
지규식의 삶터, 분원: 나라가 지정한 도자기 생산소
지규식의 직업, 공인: 공용 물품 납품업자

2. 분원마을과 이웃 마을을 오가며 일을 보다
분원과 밀착된 삶
이웃 마을을 빈번히 오가다
경기·강원도 여러 고을과의 관계

3. 서울을 오가며 일을 보다
궁궐과 관청에 도자기를 납품하며
서울 도자기 상인들과의 관계
숙소와 뚝섬나루를 거점으로

4. 개인 지규식의 경제활동
일상에서의 소비활동
물가 변동과 품삯
계모임과 경조사 부조금

5. 조선 최후의 공인 지규식의 굴곡진 삶

주석
참고문헌
기 획 한국국학진흥원(박경환, 김형수, 나영훈, 이규호, 조인희)
한국국학진흥원은 ‘국학진흥을 통한 글로컬시대의 인류문화 창달에 기여’라는 목표 아래 전통 기록유산을 중심으로 민간 소장 국학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 보존과 연구 활용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학전문연구기관입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전통시대 고문서와 유교 목판 등의 기록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그런 기록유산들 속에 알알이 박혀 있는 한국적 스토리텔링 소재를 발굴하여 콘텐츠 제작 현장에 제공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통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선현들의 지혜를 전승하고, 한문국교육원과 유교문화박물관을 운영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급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 자 김미성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후기 면주전과 명주 생산·유통구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로 선정되어 “조선후기 상품별 상인 네트워크 연구”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였다.
대표 논저로는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공저), 「19세기 말 면주전 접방(接房)의 감소와 도중(都中)의 대응」, 「조선후기 면주전의 장례 부조 대상과 방식」, 「조선후기 한강 송파지역의 군사적 의미와 장시 개설」, 「조선후기 국용 목재 유통업자들의 관계망」 등이 있다.
※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 기록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상인이 남긴 일기도 있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어느 공인의 이야기이다. 공인은 국가에서 지정한 납품업자로 일반적인 상인과는 계층부터 활동까지 조금 달랐다. 그러나 조선시대 상인 계층에 대한 기록이 거의 드문 실정에서 조선 최후의 공인이었던 지규식이라는 인물이 남긴 『하재일기』는 우리에게 조선시대 상인 계층에 대한 편린을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당시의 일기가 대체로 그렇듯 『하재일기』도 개인의 일상 기록이자 업무일지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이 일기를 통해서 개인으로서 지규식의 삶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 지규식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지규식은, 나아가 조선의 상인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갔을까? ‘사농공상’이라고 하여 조선 사회의 말단을 이루던 상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변두리에서의 삶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업무에는 고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규식은 공인으로서 때로는 조정의 관료들과 소통하면서, 또 때로는 시전의 상인이나 민간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모습을 자신의 일기에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친분을 맺기도 하며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지규식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어느새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색다른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관청의 하급 실무직 출신으로 공인이 된 일부 사례도, 공인이 된 이후에는 상거래에 직접적으로 뛰어들며 상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지규식이 바로 이런 예에 속하는데, 그는 본래 분원의 원역이었다가 1883년에 공인이 되었고, 왕실과 관청에 대한 납품 거래를 주로 하면서도 민간의 주문·판매도 주도하였다. 분원공소가 폐지되어 공인의 역할이 없어진 이후에도 그는 계속 도자기 판매 사업에 종사하며 회사 설립을 추진하였다. 이를 볼 때, 출신이 어떻든 공인의 기본적인 직업 정체성은 상인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_40쪽

지규식은 서울에 와 있던 변방의 장인들과 함께 공당댁에 가서, 분원에서 소란을 일으킨 수북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경기감영과 광주에도 관련 관문을 발송해 달라고 하였다. 공당은 그 요청대로 조치해 주었다. 사옹원 관원은 기본적으로 분원 사람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다. 분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필요한 도자기의 공급과 사옹원의 업무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규식도 공당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할 때 “(분원 장졸들이) 안심하고 공무를 봉행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공무 수행’의 명분을 내세웠다.
_79쪽

이러한 사례와 달리, 분원 공인 지규식의 경우에는 시전인 사기전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동료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분원에 뒤늦게 공인이 지정되기 이전부터 분원은 종로 기전이 거래하는 도자기의 주요 공급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물종에서는 기존의 시전이 새로 생기는 공인에 비해 기득권, 또는 우위권을 지니는 경우가 흔했지만, 분원 공인과 기전의 관계는 오히려 반대였지 싶다. 사옹원 분원으로서의 입지가 시전보다는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_121-122쪽

지규식은 분원공소에서 필요한 물품이든,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이든 그날그날의 구매 내역을 일기에 기록하고 있다. 물론, 날마다 기록의 상세함이 달라서 구매 수량과 구매 가격을 모두 구체적으로 기록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 또 구매 물품의 용처가 분원인지, 개인 가정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분원의 공금으로 분원 물품과 개인 물품을 섞어서 구매하는 모습도 보이고, 개인 돈으로 분원 물품을 구매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_158-159쪽

여기까지 조선왕실과 관청에서 필요한 최상품 도자기를 생산하던 사옹원 분원, 그곳에서 도자기를 서울로 납품하고 판매하던 공인 지규식의 삶을 살펴보았다. 나라에서 지정한 관수물자 조달업자였던 공인은 일반 상인들과는 다른 특수한 입장이었고, 최상품 도자기라는 물품이 지니는 특징도 남다른 것이었으며, 심지어 1890년대는 조선 한창때의 모습과는 차이가 컸기 때문에 지규식이 조선의 상인 전체를 대변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양반들이 남긴 자료들만 가득한 시대에서 지규식의 『하재일기』는 조선 상인의 삶을 일부분이나마 생생히 전달해 주었다.
_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