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근대’라는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법도 ‘근대’라는 형식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근대’라는 것에 대해 성찰하는 것을 터부시해 왔다. 근대법과 근대법원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아난 것인 양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법원이 또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연원을 모른다. 문제의 연원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방법도 부박할 수밖에 없다.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여 수입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역사문화적 배경의 간격과 사상사적 맥락의 다름은 엄청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또는 의식하지 못한 채 간과해 왔다. 한국에서 법학은 단지 영미와 독일의 이론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을 의미했다.


역사적 평가도 극단적인 이분법에 충실했다. 개화파 인사들은 친일파로 지탄받다가도 내재적 발전의 근거로 혹은 자주적 근대화 가능성의 선구자로 숭배되기도 했다. 근대인물이나 제도에 관한 연구는 마치 기념사업회의 홍보물처럼 찬양이나 숭앙으로 점철되거나 정치선언문처럼 ‘수탈’, ‘침탈’, ‘폭압’이라는 압축적 개념어로 그 역사적 의의가 매도되기도 했다. 본 한국형벌사 연구팀은 이러한 극단적 이분법이 만들어 내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객관적으로 한국사법의 ‘근대성’과 ‘근대화’를 인식하고자 노력했다. 한국사법의 근대성과 근대화를 분석하기 위한 통합과학적 인식을 가로막는 신화와 우상을 파괴하는 것이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목차

제1장


이정훈
한국 법체계에서 ‘근대성’, ‘근대화’ 논의의 의의: 변증적 성찰을 통한 역사적 현존재의 이해와 해석


I. 근대성, 근대화에 관한 논의의 한국적 문제 상황 3
1. 서구화는 문명화라는 등식과 서구화는 근대화라는
등식의 문제: 변증적 성찰과 역사적 자기이해를 위한
근대성, 근대화 논의 3
(1) 우리에게 ‘근대’의 경험은 존재하지 않았는가? 3
(2) 근대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6
2.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은 일제의 식민통치인가?
―사회과학의 잠식상황 13
3. 식민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지독한 역설 16
II. 우리에게 ‘근대’란 무엇인가? 22
1. 서구적 근대 개념 22
(1) ‘유교모델’과 근대화의 문제 22
(2) 식민지 법제의 성격규정을 위한 이중국가론 비판 29
(3) 서구적인 것은 무엇인가? 32
2. 연속과 단절의 문제, 그리고 도구적 합리성의 개념 35
(1) 근대에 관한 철학적 성찰 35
(2) 하꼬네 회의와 새로운 이론들 40
(3) 근대 개념 논의의 유용성 47
III. 근대 개념 논의와 한국의 정치사법 53
1. 정도전의 재상제와 ‘협유탈적(挾幼奪嫡)’ 사건 53
(1) 정도전의 재상(宰相)제 56
(2) 협유탈적(挾幼奪嫡) 사건 58
2. 조봉암 사건의 분석 60
(1) 일본의 영향을 받기 이전의 형사사법 61
(2) 변화의 실제 64
(3) 조봉암 사건의 개요와 재심의 판시사항 68
(4) 조봉암 사건의 평가 72
(5) 공권력의 폭력성 76
IV. 결 론 80



제2장


김성돈

한국 형법의 사회상규조항의 계보와 그 입법적 의의


Ⅰ. 들어가는 말 91
Ⅱ. 김병로의 사회상규론과 백여 년 전의 실질적 위법성이론
의 의의 94
1. 김병로의 사회상규론 94
2. 김병로의 사회상규론과 백여 년 전의 실질적 위법성
이론의 의의 96
3. 김병로의 초법규적 위법성조각사유이론과 실질적 위법성
이론의 한계 100
Ⅲ. 사회상규를 준거로 삼는 실질적 위법성이론의 계보 104
1. 마키노와 김병로의 사회상규개념 등의 일치성 104
(1) 마키노의 사회상규론과 실질적 위법성이론 104
(2) 마키노와 김병로의 일치성 105
2. 마키노의 형법이론과 사상적 배경 107
(1) 주관주의 형법이론과 그 사상적 배경 107
(2) 사회진화이론과 사회상규론 111
3. 마키노와 김병로: 연속인가, 단절인가? 113
(1) 김병로의 실질적 위법성이론과 사회진화이론과의
관계 113
(2) 사회진화론적 실질적 위법성이론의 부작용: 나찌의
형법이론 115
(3) 사회상규조항의 계보학 118
Ⅳ. 실질적 위법성이론과 사회상규조항의 적용실무:
이론과 실제 121
1. 오늘날의 형법이론의 발전과 위법성이론의 변화 121
(1) 구성요건의 비중강화 121
(2) 위법성판단의 적극적 기능 약화와 사회상규조항의
의의 123
2. 실무상의 현실 기능과 제정형법과의 연속성 126
(1) 사회상규조항 및 사회상규 개념의 현실기능 126
(2) 제정형법의 사회상규조항과의 연속성 132
3. 사회상규조항의 역기능과 실질적 위법성이론의 한계 134
(1) 죄형법정주의와 법적 안정성의 후퇴 134
(2) 형법의 도덕화 및 심정형법화 135
Ⅴ. 사회상규조항의 입법적 의의에 대한 평가 138
1. 입법방법론적 의미평가 138
2. 입법취지에 대한 의미평가 141
Ⅵ. 나오는 말 143



제3장


류부곤

‘안중근 재판’에 대한 형사법리적 검토


Ⅰ. 들어가며 149
Ⅱ. ‘안중근 재판’의 개요 151
1. 사건의 개요 151
2. 재판 전 수사절차의 전개상황 152
(1) 러시아 국경지방재판소에서의 일차조사 152
(2)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에서의 일차신문과 뤼순
관동도독부로의 이송 153
(3) 관동도독부에서의 신문 및 조사과정 153
3. 공판의 과정과 선고, 형의 집행 154
(1) 변호인의 선임과 공판의 진행과정 154
(2) 검찰의 구형과 형의 선고 155
(3) 항소의 포기와 사형의 집행 156
Ⅲ. 재판과정에 대한 법리적 쟁점 156
1. 재판관할권의 문제 157
2. 일본형법 적용의 타당성 160
3. 재판과정의 문제점―변호사의 직권선임과 형식적
변론기일의 운영 163
4. 수사과정의 적법성 165
(1) 검찰관에 의한 신문―예심제도의 예외? 165
(2) 구금의 정당성문제 167
Ⅳ. 맺 음 말 169


제4장


다키이 가즈히로(瀧井一博)
지(知)의 정치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사상적 배경―


Ⅰ. 이토 히로부미 ―이미지와 실상― 173
Ⅱ. 문명으로서의 ‘지(知)’ 175
Ⅲ. 지(知)의 국제(國制) 구축 ―메이지헌법 제정의 의미― 180
Ⅳ. ‘지(知)의 국제(國制)’의 조탁(彫琢) ―입헌정우회 설립의
의미― 184
Ⅴ. 한국통감의 두 개의 얼굴 ―문명의 전도와 헌법 개혁― 191



제5장


박성민
일제강점기 사상범에 대한 형사사법절차 ―‘이재유의 조선공산당재건 경성지방협의회사건’을 중심으로―


Ⅰ. 서 론 201
1. 연구목적 201
2. 일제 강점기 사상범에 대한 형사사법통제 202
(1) 경찰의 강제처분권한 강화 203
(2) 치안관계 법규의 제정 및 적용 205
Ⅱ. 이재유 사건의 개요 및 특징 208
1. 이재유 사건 개요 208
2. 이재유 사건의 특징 218
Ⅲ. 이재유 사건에 대한 형사절차상의 문제 220
1. 체포 후 경찰의 신문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220
(1) 법정 유치기간의 위반 220
(2) 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223
2. 검사의 신문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226
3. 예심과정의 문제점 228
(1)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부재 230
(2) 요식적인 절차가 되어버린 예심 232
(3) 예심기간의 부당한 장기화 233
4. 공판절차상의 문제점 234
Ⅳ. 결 론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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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성돈
성균관대학교 법학박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


이정훈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울산대학교 법학과 전임교수


다키이 가즈히로(瀧井一博)
교토대학교 법학박사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전임교수


류부곤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한경대학교 법학과 전임교수


박성민
성균관대학교 법학박사
울산대학교 인권법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